재난으로 시작한 언택트시대의 예술
재난으로 시작한 언택트시대의 예술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20.04.2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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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 4개월 만에 모든 것이 변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갑작스러운 언택트(untact, 비대면) 시대로의 진입으로 학교는 개학이 연기되면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회사가 늘어나고 특히 오프라인 중심의 면대면 성격이 강한 예술분야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정 공간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이 모이게 되는 공연이나 전시, 야외에서 벌어지는 축제 행사가 모두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상황에서 예술가와 문화예술관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상황에서 과연 예술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젊은 시절부터 열정과 돈, 에너지를 쏟아부은 예술이 이처럼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된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흑사병으로 당시 유럽인구의 1/3인 2500만 명이 죽었으며 유럽예술의 후퇴를 불러들였다. 수많은 예술가가 사라지고 운이 좋게 살아남은 예술가들이 주제로 다루는 것은 단테의 신곡과 같은 그 시대의 생생한 기록, 즉 흑사병의 공포에 대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흑사병 이후 유럽은 중세 암흑시대에서 근세 르네상스 시대를 열게 되고 예술의 부흥을 맞이한다. 성직자들도 흑사병에 걸려 죽는 것을 체험하게 되면서 유럽 사람들의 생각이 드디어 신이라는 속박에서 풀려나 인간과 자연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인간 중심의 세계가 펼쳐진 것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의 위기가 2020년 문화예술계에게 어떤 세상을 새롭게 열어줄까?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시대인 지금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VR, AR 콘텐츠 외에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활용해 손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택트 온라인 플랫폼은 문화예술계에 새로운 기회와 세계를 보여준 것 같기도 하다. 라폼므현대미술관에서도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던 3월부터 직접 미술관을 방문하는 게 어려워진 사람들을 위해서 잠시나마 힐링을 선사하는 `라폼므 방구석 랜선미술관' SNS전시투어를 시작했다. 온라인전시투어 영상을 통해 기획 전시 중인 다양한 작품 설명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일상, 렉쳐콘서트, 예술교육 등을 전달하고 있다. 방구석 랜선미술관 4회차를 온라인플랫폼에 올리고 나서 지난주 지인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아무도 안 볼 것 같은데, 왜 하냐고. 누군가는 생존과 관련 없어 보이는 이 예술이 코로나 19와 같은 재난 상황에 어떤 쓸모가 있냐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을 통해 보다 인간다워질 수 있으며 우리가 오로지 생존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도 우리의 고귀한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안다.

미국의 극작가 토니 쿠쉬너는 “예술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은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이웃을 자신의 지역을 사회를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킨다.”라고 말했다. 예술은 이렇듯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잇고 지친 삶에서 자신을 치유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것이 재난 상황 속에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이다. 앞당겨진 언택트 시대에 새로운 예술세계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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