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대도시의 사랑법
  •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4.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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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하은아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나 스스로를 표현하는 가장 흔한 말은 `평범'이다. 성격을 묻는 말에도, 외모를 묻는 말에도 평범하다고 답을 한다. 정말 나는 평범할까? 누군가에는 꼼꼼하게 일하는 사람일 수 있고, 친구들에겐 덤벙 되고 잘 흘리고 다니는 아이이며, 가족에는 늘 챙겨줘야만 하는 막내이다. 나는 평범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대학을 다닐 때까지 대도시의 삶을 꿈꿨다. 다양하고 바쁜 사람들 속에 평범한 얼굴을 가장하고 그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다. 눈만 돌리면 벌거숭이 아이일 때부터 나를 알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대문을 나서면서부터 끊임없이 인사해야 했다. 내가 너의 부모님의 친구이자 언니 친구의 아빠라는 나는 잘 알지 못하는 설명을 하는 어른들에게 최대한 예의 바른 모습을 보여줘야만 하는 일상이 싫었다.

도시는 나에게 해방이자 자유의 상징 같았다. 사람들로 가득 차 있지만 오히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 같은 그런 도시! 그 도시의 삶을 꿈꿨다. 평범한 내가 바라던 가장 큰 일탈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과연 평범한 사람이 있긴 한 걸까? 타인과 두루두루 잘 지내고 전통적으로, 사회적으로 지켜진 약속 테두리 안에서 사는 사람들은 다 평범한 걸까? 우리는 능력은 비범하길 원하며 모습이나 외형, 취향은 평범하길 바란다. 평범과 비범 사이에 많은 다름이 있을 터인데 애써 무시하고 사는 것이다.

도서 `대도시의 사랑법'(박상영 저·창비·2019)은 대도시의 평범치 않은 젊은이의 사랑이야기다. 프리랜서 작가의 이야기가 4편의 단편 속에서 설명되어진다. 주인공이 동성애자이기 때문에 사랑의 외향과 질이 다를 순 없다. 그럼에도 숨어서 사랑해야 하고 남에게 감춰야만 하는 자신의 사랑에 관하여 저자는 담담하게 풀어나간다. 대도시 속의 무관심함, 평범한 사람들 속에 숨겨진 평범하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주인공 `영'은 자신의 사랑을 찾고 영위하고 누린다. 그래서 `영'은 대도시의 삶을 계속 살고 있을 것이다.

2019년 많은 매체에서 저자의 이 책이 소개되었다. 상도 받고 `인싸'로써 SNS에 회자되는 건수가 많았다. 이 책은 어떤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을까? 아직까지는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지지와 성원을 받지 못하는 성소수자에 관한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다.

이 책은 결국 우리가 가진 다양한 모습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이다. 평범하고자 하지만 결코 평범하다 말할 수 없는 우리 안에 많은 특징과 성질의 것들이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펼쳐지는가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저자는 결국 평범 속에 숨겨진 사람들의 다양성을 표출하고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나는 평범하지만 다른 사람과 다르고, 타인 역시 평범하지만 나와 다른 존재임을 오늘도 되새긴다. 틀림이 아닌 다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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