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우리는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0.04.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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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단말쓴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종료되었다.

당락은 밤샘개표를 통해 가려지겠지만 귀추가 주목되는 건 이번 총선의 4가지 특이성 때문이다.

첫째는 코로나19의 창궐로 13일의 공식선거운동기간이 맥 빠진 맥주처럼 싱거웠고, 각 당이 내건 공약이나 정책보다 코로나 대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과 정부의 공과가 표심에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둘째는 선거법개정으로 교복을 입은 만 18세들이 투표권을 행사했다. 이들의 투표율과 표심이 당락의 주요변수가 되었다는 점이다.

셋째는 위성정당을 급조해 준 연동제의 근본취지를 말살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몰염치한 표몰이에 표심이 휘둘렸다. 그러함에도 군소정당들이 난립해 연동제에 군침을 흘리며 비례대표 후보를 내 정치를 희화하고 사표를 양산했다는 점이다.

넷째는 양당제의 회기이다. 제3 제4의 정당들이 존재감을 잃고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몸집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상황이 그러함에도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미래통합당을 소멸하여야 할 당이라고 카운터펀치를 날리고, 미래통합당 인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1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며 어퍼컷을 날리는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벌렸다는 점이다. 그 논리대로라면 미래통합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지역은 소멸되어야 하고,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지역은 나라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니 이처럼 어불성설이고 결코 해서는 아니 될 막말들을 쏟아냈다.

이렇듯 선거운동 중에 행한 막말로 인해 자신의 패가망신은 물론 몸담은 진영 전체에 누를 끼친 후보들이 적잖게 있어 세 치 혀의 무서움을 상기시켰다. 마스크를 쓰고 외출하고, 마스크를 쓰고 투표를 하는 초유의 시국이거늘.

아무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는 끝났다. 국민들이 선택한 이상 어느 당이 1당이 되던, 어떤 후보가 당선되던 결과에 승복함이 옳다. 자신이 선택한 당과 후보가 당선의 영예를 안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설사 자신이 반대하고 미워했던 당과 후보라 할지라도 그리해야 한다.

시운이 따른 국민들의 선택지이고 민주주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로 선거 때 입은 생채기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본분에 충실하자.

선량이 된 승자는 초심을 잃지 않을 것을 다짐하고, 패자는 겸허히 결과를 받아들이고 후일을 도모할 일이다.

20대 국회의원들은 즉시 국회로 돌아가 남은 임기 동안 시급한 민생법안들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코로나 사태로 빈사상태에 빠진 국가경제를 회생시켜야 한다. 여와 야를 떠나, 보수와 진보를 넘어 대한민국과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지혜를 모으고 대안을 모색하라.

그게 당신들의 마지막 소명이자 국민들에게 진 빚을 다소나마 갚는 일이니 꼭 그리하기 바란다.

코로나에 얻어맞고 선거판에 휘둘린 민초들은 일어나야 한다. 오뚝이처럼 일어나서 보란 듯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산다. 그러므로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정치권도 정부도 지자체도. 아니 공동체 모두가 그리해야 한다.

어느새 4월도 후반기에 들어섰다. 대지를 물들이고 있는 연초록의 향연이 싱그럽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렇게 약동해야 한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되찾고 밝은 미래를 열어야 한다. 학동들은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배움터인 학교로 돌아가야 하고, 멈추었던 공장의 기계들도 힘차게 돌아가야 한다.

성당과 교회와 사찰엔 끊겼던 찬송과 찬불이 울려 퍼지고 거리마다 직장마다 웃음꽃이 넘쳐나야 한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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