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경제의 논리
코로나 경제의 논리
  •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20.04.0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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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룡 교수의 인문학으로 세상 읽기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 철학과 교수

 

코로나19로 나라에서 가급적이면 집 밖에 나가지 말라고 한다. 직장에 출근하는 일 빼고는 가급적이면 안 나가고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간다. 자연히 돈 쓸 일이 없다. 욕심도 줄고 삶이 단순해진다. 몸과 마음의 분주함이 한가함으로 바뀌었다.

나만 그런가? 다들 그렇게 산다. 한 사람, 일부 사람이 돈을 안 쓰면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다들 안 쓰면? 세상이 망한다. 기업이 상품 생산을 하면 우리가 그걸 소비한다. 우리가 소비하면 기업이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토대로 은행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다. 그렇게 조달된 돈으로 생산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하고 그럼으로써 일자리가 늘어나고 소비가 다시 늘어난다. 우리가 안 쓰면? 생산-소비-수익-투자의 고리 중 소비가 빠진다. 그럼 수익이 없어지고 그러면 기업이 망한다. 기업이 망하면 국가 경제,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망가진다.

이건 픽션이 아니라 현실이다. 세상은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 기업은 자기 돈보다는 남의 돈으로 사업하는 경우가 많다. 곧 은행에서 돈을 빌려서 사업을 한다. 소비가 있으면 기업이 돈을 벌기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마음 놓고 빌려준다. 은행은 대출도 해주지만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CP)를 선이자 떼고 사들임으로써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 은행은 대체로 수익구조가 괜찮은 기업의 회사채는 만기가 돌아와도 자동 만기 연장을 해준다. 그런데 소비가 없으면 기업의 수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재정상태가 불안해진다. 따라서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에 대해 연장을 안 해준다.

우리나라만 그런가? 전 세계가 그렇다. 코로나로 인한 소비 부진→기업의 수익구조 악화→실물경제 붕괴→금융위기→국가 경제 파탄(공황)→자본주의체제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다.

기업은 살려야 한다. 어떻게 살려야 하나? 두 가지 방안이 있다. 첫째가, 소비 창출이고, 둘째가, 소비 없이 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방안이다. 소비 창출을 위해서는? 지금 한창 논쟁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 돈을 주는 방식이다. 전부 어려우니까 돈을 줘서 생활하게 하는 방안이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 시점까지 써야 하는 방식으로 돈을 풀면 그걸 안 쓸 도리가 없으니 소비가 창출이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지역 경제는 살아나지만 숙박, 관광, 여행, 항공, 운송 사업과 이와 연관된 기업은 여전히 위험하다.

둘째는 중앙은행에서 돈을 푸는 방식이다. 중앙은행에서 돈을 풀 테니 은행보고 기업에 돈을 빌려주라고 하는 것이다. 이른바 공적 자금을 은행에서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하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부는 두 가지 트랙 모두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표가 급하니까 국민에게 돈을 주는 방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재원은? 국가예산이다. 국가 예산은 국민의 세금, 곧 우리 돈이다. 우리의 돈으로 정치권이 생색을 낸다고 할까? 통화량에 관한 무제한 양적 완화도 진행 중이다. 그건 무슨 돈이지? 그건 소비 없는 돈이다. 곧 실물경제가 받쳐주지 않는 돈이다. 이건 우리와 상관없을까?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2000조이고 한국은행에서 100조를 찍어 시중에 푼다고 하자. 그러면 화폐가치가 100/2000이 떨어진다. 1/20 정도의 돈 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내 주머니에 100만원이 있을 때 5만 원 정도의 가치가 증발한다는 말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금융위기 극복,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의 가치 일부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내가 아니라) 돈을 안 쓴다는 건 이렇게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고 또 우리 돈이 아니면 위기도 해결되지 않는다. 권력과 금력(力)의 원천이 우리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우리가 약자이다. 알 수 없는 일이다.

/충북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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