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
  •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 승인 2020.04.0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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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정선옥 금왕교육도서관장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따른 학교 개학이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도서관, 미술관 등 다중 이용시설은 한 달 넘게 휴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사람 많은 곳 피하기, 모임 자제 등 SNS를 중심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도 이어진다. 퇴근 후, 주말에는 주로 집에 있으니 자연스레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소 무게감 있는 책을 읽고 나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에 눈길이 간다.

도서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 아야코 저·책읽는 고양이)'는 아담한 포켓북 사이즈에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의 에세이다. 표지도 신선하다. 수영장에서 당당하게 걷는 중년 여성의 모습이 정겹다. 부제는 `세상의 잣대로 나의 행복을 재단하지 마라!'이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부모의 이혼, 실명 위기에 처했던 파란만장한 삶은 작가를 단단하게 하고, 일상의 행복을 소중하게 만드는 힘이 된다. 살아가면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 와도 회복 탄력성만 좋으면 더 단단해지고 높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이 생긴다.

에세이는 삶을 대하는 태도,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해답을 준다. 어쩌면 진부한 인생의 조언일 수 있지만 내게는 명쾌한 답변이 되었다.

“거리라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의미를 갖는지 사람들은 잘 모른다. 떨어져 있을 때 우리는 상처받지 않는다. 이것은 엄청난 마법이며 동시에 훌륭한 해결책이다. 다른 사람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내 경우엔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면 세월과 더불어 그에게 품었던 나쁜 생각들, 감정들이 소멸되고 오히려 내가 그를 그리워하는 건 아닌가, 궁금함이 밀려온다.”

주변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 두기를 좋아한다. 한없이 끌리는 사람이지만 가끔 문자로 안부를 전하고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도 관계는 지속된다. 가족 간에도 구속하지 않는 쿨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최근에 한 달 넘게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주변 사람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부모님께 자주 전화 드리고, 지인에게는 문자 또는 카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친구는 요즘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 자원봉사자에게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어 자발적인 성금을 했다며 동참을 권한다.

“생각해보면 감사하는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모습이다. 감사하는 사람의 일생에는 향기로운 요소들이 가득하다. 겸손과 너그러움, 따뜻함, 위로, 기쁨과 여유가 있다. 그래서 감사하는 사람 주변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불평하는 사람에게서 자연스레 멀어지는 것과는 참으로 대조적이다.”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 사람, 존재만으로 등불이 되는 사람, 타인의 단점보다 장점을 발견하는 사람, 받는 입장보다는 베푸는 입장이 되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 결점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사람.

당장 그런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노력하면 조금씩 나아지리라 믿는다. 가볍게 읽은 책에서 은은한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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