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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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0.04.0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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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성인은 도를 미혹하고 세상 사람을 현혹하는 일을 없애려고 힘쓴다. 그리하여 성인은 자기의 슬기를 작용시키지 않고, 다만 영원한 도, `본연의 빛'에 융합하며 사물을 살핀다. -장자의 「제물론」에서

어수선한 시국에 진화한 인간바이러스 군상까지 등장해 우리를 경악하게 한다. 성인들이 말한 “도”를 한참 벗어나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현재 밝혀진 바로 `n번방', `박사방' 범죄자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저지른 소행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호기심이나 재물에 탐나서 자아낸 행동이라면 참으로 슬픈 노릇이다. 누구는 호기심으로 해 본 유희일지 모르지만, 성착취를 당한 여아들의 치명적인 수치는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까? SNS에서 보도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피해자와 가족들이 겪는 절망감과 고충은 어찌할꼬?

사회적으로 핫한 사건, 집단 성범죄에 대해 논하자니 참으로 조심스럽다. 두 번 다시 어린 여아들이 성노예란 이름으로 피해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거론해 본다. 이 사건은 어린 여학생들을 페이크(속임수)로 유인해 성착취 음란물을 텔레그램 방에 유포해 공유한 집단적 성범죄 사건이다.

뉴스를 종합해 보면 텔레그램 n번방의 시초는 `갓갓'이라는 트윗에서 가출한 여학생들을 협박해 자극적인 착취물을 만들어 미리보기 형식으로 회원들에게 1번방에서 8번방까지 제공했다. 방의 번호가 높을수록 강도가 셌으며 한 방에 여아들이 대략 4~5명씩 성노예로 이용되었다.

이용자들에게 실시간 노예들이 15명이 상주하니 회원들은 원하시는 대로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 된다고 하고, 피해자들에게는 주기적인 회원 투표로 불성실한 노예는 퇴출하거나 응징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피해자들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용의주도하게 범행이 이루어졌다.

박사방의 경우 유료회원제로 운영하며 자극 수위별로 1단계는 20~25만 원, 2단계는 70만 원, 3단계는 150만 원을 내면 착취물을 제공했다. 영상을 제공하는 대가로 가상화폐를 사용했으며 거래하는 사람들이 해킹당하지 않게 10분에 한 번씩 새것으로 바꿨다.

가상화폐는 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용했으며 블록체인이라는 기술로 처리되었다. 피해사례는 여아들의 몸에 칼로 노예라고 새겨놓고 몸 안에 00를 넣어 몸부림치는 영상, 여학생의 친남동생에게 성행위를 시키는 영상, 남성 공중화장실에 나체로 여아를 자위행위 시키거나 성인남성이 강간했다. 동생 지키려다 성노예가 된 자매도 있다.

학창시절 숙모 집에서 학원 다닐 때, 큰일 날뻔한 일이 있다. 넉넉지 않은 숙모 집에서 공짜로 다니기가 미안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학원 근처에 알바 자리를 찾아다녔다. 알바생 구함이라는 표지는 아무데도 없었다. 뒷골목 어디에 “여종업원 구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들어갔다. 젊은 남자가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우리는 학생 같은 애송이는 일할 수 없다며 돌려보냈다. 시골 출신이라 일을 잘한다고 했지만, 안 된다고 해서 몹시 서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갈채 다방이었다. 좋은 시대, 좋은 사람을 만난 덕분에 지금 나는 무사히 잘살고 있다.

국경을 봉쇄할 정도로 코로나바이러스로 지구촌이 난리인데, 두더지도 아니면서 웬 놈의 인간 멸종바이러스들이 그리 쑤시고 다녔는지 들리는 곳마다 방 방 방이다. 가끔 페이스북에 고액알바로 여성 모델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본 적이 있다. 하물며 요즘같이 SNS가 발달한 시대 청소년을 유혹하는 사이트가 좀 많겠는가? 어린아이들을 성노예로 이용하는 파렴치한 인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엄하게 벌해야 한다. 지금 당신은 혹시 인간의 “도”를 넘고 있지는 않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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