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맨션
사하맨션
  • 김세원 충북중원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3.30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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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김세원 충북중원교육도서관 사서
김세원 충북중원교육도서관 사서

 

현대인은 사회 울타리에서 타인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과 행복을 영위해 나간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가며 성취감을 얻고 거기에 따르는 결과물을 삶과 접목시켜 행복을 추구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을까?

물론 조선 시대처럼 눈에 보이는 계급이나 신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돈과 권력이라는 새로운 신분제도가 사회에 깊게 뿌리박혀 우리를 옭아매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도서 `사하맨션(조남주 저·민음사·2019)'을 읽으며 생각했다.

기업의 인수로 태어난 기묘한 도시국가와 무너진 사회에 힘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사하 맨션!, 그곳은 국가 시스템 밖에 놓인 난민들의 공동체를 나타낸다. 30년 동안 맨션을 찾은 사람들은 국가에서 도망치거나 혹은 추방당한 사람들 즉 국가로부터 거부당한 그들을 `사하'라고 불렀다.

도시국가 속 타운에 살지만 한정된 삶을 살아가야 하는 L2, 부유한 삶을 살아가는 타운 원주민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사람을 직업으로 분류하고 순위를 매겨 살아가는 기업도시에서 인간의 삶을 섬세하게 바라보며 시장의 논리가 공공의 영역을 장악한 미래 속에서의 고달픈 삶을 표현하고 있다. 사하는 사회에서 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다.

그렇다면 이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을 통해 L2 주민들은 자신의 삶이 조금 더 가치 있다고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하가 존재함으로써 L2 주민들은 안도감을 가지고 생활하며, 타운 원주민은 두 부류의 사람들 위에서 따뜻한 삶을 영위한다. 부와 직업이라는 잣대를 가지고 사회가 먹이사슬을 이루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와도 흡사해 보였다.

“그냥 사는 것 말고 제대로 살고 싶어”

작품 속 한 등장인물의 짧은 대사이다. 어쩔 수 없이 사는 삶이 아닌 내 꿈을 이루고 행복을 바라며 동등한 대우 속에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따뜻한 한 끼 식사와 안락한 집 어쩌면 우리가 당연시하는 삶이 그들에게는 허황되고 사치스러운 꿈일 뿐이다.

이들의 사회처럼 현재의 사회 또한 암묵적 사회계급이 존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동등한 기회가 분명히 존재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까지 자신의 꿈을 위해 전진해 나아갈 수 있는 기회 말이다. 현대사회와 사하맨션의 타운과는 구별될 수 있는 분명한 차이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우리 삶에 있어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존재하며,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자체가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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