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메시지
'코로나19'의 메시지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0.03.1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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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는 말로 요즘 들어 부쩍 이 구절이 떠오르는 한시 구절이다. 정국이 어수선하다 못해 인심마저 흉흉하던 1980년 봄, 고교 은사님이 탄식하면서 읊조리던 시 구절인데, 강산이 네 번이나 바뀌고 난 올해 봄에 그 시 구절이 가슴 절절하게 와 닿는다. 80년 봄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가운데, 한반도 전역이 경직돼 있던 시절이었다. 1979년에 10.26일 저녁 당시 대통령이던 박정희가 서울 종로구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만찬 도중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총에 맞아 살해당함으로써 선포됐던 비상계엄은 그다음 해까지 지속됐었다.

춘래불사춘은 중국의 절세 미녀 중 하나인 왕소군(王昭君)을 롤 모델로 해서 지은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왕소군은 전한(前漢) 원제(元帝)의 궁녀 중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절세가인이었지만, 흉노족과의 화친을 위한 제물로 바쳐졌다. 흉노 왕에게 강제로 시집을 가는 왕소군을 생각하며 동방규는 “胡地無花草 (호지무화초)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 自然衣帶緩 (자연의대완)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이라고 노래했다.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고, 몸매 관리를 하지 않아도 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지며 야위어만 간다는 의미의 시다.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의 애절함이 40여년이 지난 올봄에 유난히도 가슴 절절하게 와 닿는 것은 단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움츠려 있고, 민심마저 흉흉하게 변해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최근의 코로나19 현황을 파악한 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 코로나19 확진자는 113,638명이고 사망자수는 4,014명이며 완치자는 63,796명이다. 감염 순위별로는 중국이 80,754명으로 독보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고, 이탈리아가 9,172명으로 2위다. 한국이 7,513명으로 3위며, 사망자수는 54명이고 완치자는 24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자 수 증가라는 현실보다도 세상을 더욱더 얼어붙게 하는 것은, 막연한 공포심과 두려움에 기반을 둔 개인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다는 슬픈 현실이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만 안전하고 건강하기 위한 욕심에서 마스크를 사재기하고, 심지어 일본과 호주에서는 마스크와 동일한 재료가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화장지까지 사재기하는 웃지 못할 천박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인류의 갈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과 함께 더욱더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이란 시 구절이 가슴 속 깊숙이 스며들면서, 다음의 한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추운 겨울 등산 도중 왼쪽 장갑을 잃어 버렸다면. 오른손에 끼고 있는 장갑을 왼손과 오른손에 번갈아가면서 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오른손에만 끼고 있으면 왼손은 꽁꽁 얼어 동상에 걸리게 된다. 오른손만 따듯하고 왼손이 동상에 걸리는 것은, 오른손과 왼손이 다 함께 조금씩 불편함을 나누며 추위를 극복하는 것보다 못하다. 이처럼 왼손과 오른손은 별개면서도 한 몸으로 서로 상부상조해야 하 듯,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도 각각 별개면서 결국은 지구촌이란 한 몸의 운명공동체임을 절절하게 깨달아야만 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전 인류가 `지구촌이 하나의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자각하고 `나'와 `내 나라'만을 생각하는 생각을 벗어나길 소망한다. 지구촌 공공의 적인 환경오염 및 환경파괴가 인류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해도, 모든 국가들이 일치단결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제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제 지구촌은 한 이치에 따른 한 울안 한 살림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문득 서산 대사님의 사자후가 귓가를 때린다. 春來草自靑(춘래초자청) 즉, 봄이 오니 풀은 절로 푸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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