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 강구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 승인 2020.03.1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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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강구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강구민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로 발령받아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지 석 달이 지났다. 담당 업무와 관련된 법령을 배우고 매뉴얼을 익히는 동안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은 지나고 코로나19로 모든 삶의 영역들이 얼어붙는 봄을 맞고 있다. 청주에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는데, 공무원들의 빈틈없는 대처와 시민들의 협조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석 달 넘게 신규 공무원으로서 느낀 점이 있다면, 임용 전에는 일반 시민으로서 단순하게 바라봤던 업무들이 생각했던 것과 달리 상당히 복잡하다는 것이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자동차 의무보험 과태료 업무만 해도 그렇다. 가끔 집의 우편함에 꽂혀 있는 과태료 고지서를 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쉽게만 보였던 한 장의 고지서가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등 여러 법령이 상호작용한 결과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내가 매달 발송하는 과태료 고지서에는 하나가 아닌 여러 법령이 작용하는데, 그 부과 금액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부과자로서 나 역시 하나의 조그만 권력을 납부자들에게 행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나는 지난 석 달간 청렴하게 공무원 생활을 이어왔는지 되돌아보고, 앞으로 청렴한 공직자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청렴'의 중요성은 달리 부연할 필요가 없다. 이미 청렴은 단순한 공직윤리 중 하나라는 의미를 넘어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주요 척도 중 하나가 됐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인용하기 시작하면서 언론들이 널리 보도해 알려진 지표인 공공 청렴지수(IPI)는 유럽 반부패 국가역량 연구센터가 전 세계 117개국을 대상으로 청렴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로, 우리나라는 2019년 전자적 시민권(1위)·행정적 부담(19위), 정부 예산 투명성(26위)에서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우리나라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고, 청렴 의식 제고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온 결과일 것이다.

공직자의 청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국민들의 높아진 기대에 부응하는 청렴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부패방지법 제정이나 공직자 재산 공개와 같은 법적·제도적 장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직자 자신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무도 없을 때 교통신호 위반하기·공공 용품 임의로 사용하기 등 사소한 부정행위를 하면서 `이 정도는 괜찮겠지, 별거 아니야.'라면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자신을 떳떳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완벽해질 수는 없다 하더라도 공직자 개개인의 도덕적 행위 기준을 높이고 지속해서 자신의 행동을 성찰함으로써 공직사회 전체의 윤리 수준을 높일 수 있다.

신규 공무원은 물론이고 공무원 생활 내내 청렴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는다는 것은 청렴이라는 가치가 공직자에게 대단히 중요하지만 동시에 지키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가치라는 점을 시사한다. 나의 권한을 오·남용하지 않고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다해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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