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 정운옥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여성가족팀장
  • 승인 2020.03.0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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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정운옥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여성가족팀장
정운옥 청주시 흥덕구 주민복지과 여성가족팀장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어지간한 물품은 차마 못 버린다. 아마 이건 대부분 가정주부가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물품이 쌓이고 쌓여 이젠 그것이 살아있는 나를 갑갑하게 만드는 느낌을 자주 받았다. 또한 그 강도도 점점 세졌다. 그래서 난 얼마 전부터 쓸데없는 것을 버리는 집 정리를 시작했다.

누렇게 변해버린 백과사전부터 별별 오만가지 잡동사니들이 나의 취사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4년 파견 근무 갔던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에서 사용한 업무수첩이 눈에 띄었다. 생각 없이 그냥 버릴까 하다 그래도 뭐가 적혀 있나 한번 쑥 훑어보던 중 중간쯤 크게 쓰여 있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virus war'.

바이러스 전쟁이다. 그때 당시 오송의 산·학·연·관 CEO 커뮤니티인 오송 CEO 포럼에 참석을 했는데, 그때 어느 CEO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게 마음에 와닿아 적어놓은 것이다. 이젠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이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하며 그 대비를 위해 오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그런 취지의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시국에 정말 와닿았다. 그 외에도 몇몇 쓸모 있는 내용들이 있어 버리지 않고 잘 갈무리해뒀다.

집 정리를 마저 계속하면서 생각했다. 왜 이렇게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은지. 그리고 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왜 그렇게 버려야 할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건지.

예전에는 풍요롭고 많은 것이 미덕이었고, 여유로움이었고,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처리돼야 할 문젯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소확행'이 행복의 새로운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신선함을 준 바 있다. 즉 작은 것들에게서 여유와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확행'의 개념을 우리의 일상 전반으로 확장시킨 개념이 등장했다. 바로 `미니멀 라이프'이다. 최소한의 필요한 것만 소유하며 살면서 작은 것으로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을 추구하는 시대가 됐다. 미니멀 라이프는 곧 심플 라이프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나이가 50이 넘어가면서 뇌 기능도 점점 약해져 다양한 물품들의 소재 파악이 어려워짐을 느끼면서 심플 라이프가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또한 `많이 없음'이 오히려 덜 답답하고 조급하지 않은 여유로움과 편안함으로 느껴진다.

이젠 집 정리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결혼할 때 사온 작은 옷장이 수명을 다해 그걸 처리하고 나면 어지간한 집 정리는 끝날 것이다. 옷장 서랍을 하나씩 떼어내면서 또 생각한다. 지금의 코로나19와 쓰레기가 어떤 연관은 없는 것인지, 환경의 파괴와 그것이 주는 비위생과 바이러스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것은 아닌지. 또한 소확행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미니멀 라이프는 앞으로의 우리의 미래를 개선해 줄 하나의 미래가치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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