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쓸 것인가
지금 우리는 어떤 역사를 쓸 것인가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20.02.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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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우리는 지금 현대란 이름으로 21세기 인류의 역사를 쓰고 있다. 역사란 거대한 흐름 아래 21세기는 아마도 인공지능(AI)과 코로나19가 통시적 공간을 자리매김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인을 공포에 떨게 하는 코로나19는 자연 발생치고 너무나 가혹한 재앙이다. 근래에 일어난 사건·사고 중 가장 뜨거운 뉴스가 바로 코로나19가 아닐까. 문명의 발달로 기이한 현상이 늘 우리 곁에 잠재되어 있지만, 무형, 무취의 바이러스가 일파만파로 퍼져 세계인을 놀라게 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바이러스야 국민의 지혜와 의술로 곧 잠잠해지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앓고 있는 사태로 볼 때 한국의 이미지가 추락할까 염려된다.
문화예술뿐만 아니라 한국의 의료제도와 치안을 외국인들은 부러워한다. 전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랑스러운 나라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만큼 한국의 위상이 선진국 궤도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노력하면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는 이 땅에 지금 기성세대들은 후대에 지금보다 나은 환경을 과연 만들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19로 사람 만나기가 두렵다. 내가 아니더라도 상대가 경계태세다.
멘토하던 유학생이 이번 사태로 학업을 관두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나와 인연이 되어 일주일에 한 번 만나 한국어를 배웠다. 나는 한국어도 중요하지만, 한국 문화와 한국 정서를 느낄 수 있도록 특별히 신경을 썼다. 방학이라 워킹 홀리데이로 일하고 있어서 잠시 쉬는 중이었다. 남은 한 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갈 정도로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다. 아쉽지만, 문자로 안녕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수그러들지 모르는 형국이라 나름 최선의 방법을 택했으리라 본다.
이 학생과 달리 새 학기를 맞아 외국으로 갔던 유학생들이 돌아오고 있다. 국내의 확진자 수가 늘어나는 터라 이래저래 한국인의 걱정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2월 초에 실시하려던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어 수업도 3월 말로 연기되었고, 내가 활동하는 단체의 모든 프로그램도 연기하거나 취소되었다. 주위가 온통 경계 주의보를 울리고 있다.
조심하라는 경보에도 엄마랑 사우나를 갔다. 평상시 북적거리던 사우나 장이 한산하다. 열 명도 되지 않은 사람들이 소금탕 허브탕, 열탕을 하나씩 차지하고도 온탕 등 8개의 탕이 텅텅 비어 있다. 사우나 장의 이용객보다 오늘은 세신사가 더 많다.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 있게 씻고 나와 해물탕을 먹고 헤어졌다. 다음 날 저녁 불이 나도록 엄마한테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자고 난 아침에도 전화가 연결되지 않자 엄마 집으로 갔다. 엄마는 무슨 일이 있느냐며 되레 놀란다. 전화를 확인하니 사우나 들어가기 전에 걸어놓은 묵음 상태 그대로다. 평상시 같으면 그냥 넘어가도 될 상황인데 한걱정을 했다.
산에 가기로 한 친구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은 피하자고 한다. 대신 물소리 따라 사각거리는 한적한 천변을 거닐었다. 논두렁 밭두렁에서 실어오는 봄 내음을 맡으며 뜻밖의 호사를 누렸다. 괜한 기우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마스크를 쓰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걸었다. 차를 마실 때도 거리는 일정하게 자리했다. 집에 오니 머리가 아프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날아드는 안내 문자에 혹시나 한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면 지금 우리는 과연 역사를 바로 읽고 대화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을 잘 파악해 지혜롭게 대처해나가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역사는 항구하다. 기형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를 재점검해 새 시대 새 역사를 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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