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유적의 보존과 활용
구석기유적의 보존과 활용
  •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 승인 2020.02.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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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우종윤 한국선사문화연구원장

 

2019년 12월 1일~5일까지 중국 북경에서 개최한 제24회 “수양개와 그 이웃들” 국제학술회의와 북경원인(北京原人) 발견 9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 참가하였다. 수양개유적은 39년 전인 1980년 발견되었고 출토유물 수, 석기의 다양성과 정형성, 석기제작기술, 유적형성환경 등 우리나라 후기 구석기문화(42,000~20,000년 전)의 교과서와 같은 유적이다. 그 문화적 특성, 중기에서 후기 구석기로의 전환과정, 현생 인류의 이동과 확산과정 등을 밝히기 위한 국제학술회의를 1996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벗어나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북경원인 발견 90주년을 기념하여 “주구점과 수양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주구점유적은 중국 북경에서 남서방향으로 48km 떨어진 주구점 용골산(周口店 龍骨山)에 있는 석회암 동굴유적군으로 많은 종유굴과 수직굴, 틈 굴이 발달해 있다. 1921년 여름 스웨덴 지질학자 J.D.앤더슨 박사가 처음 발견한 이후 지금까지 27개 지점의 유적이 찾아졌다. 유적의 연대는 전기 구석기시대부터 후기 구석기시대까지 다양하여 매우 오랫동안 주구점에서 구석기인들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주구점 제1지점은 북경원인유적, 원인동(猿人洞)유적으로도 불리며 주구점을 대표하는 유적이다. 1929년 발굴조사를 끝내기 직전에 북경원인 머리뼈를 찾았다. 곧선사람(直立原人, Homo erectus)이다. 이 머리뼈의 발견 소식은 세계를 흥분케 하였다. 발굴은 10년 동안 계속되다가 중·일 전쟁으로 발굴이 중단되었고, 전쟁 중에 이 머리뼈는 행방불명되어 세계의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실물은 없고 복제품이 남아 있다. 이 제1지점은 수십 년의 발굴로 40명의 곧선사람 화석이 찾아졌고, 10만여 점의 석기와 100종 가까운 동물화석, 재, 불탄 뼈 등 불을 사용한 흔적 등이 발견되었다. 머리뼈의 뇌 용량은 900~1,100cc로 현대인보다 매우 낮으며, 키는 156~157cm로 추정된다.

제1지점 서남쪽 벽에 인접하여 산정동(山頂洞)유적이 있다. 주구점유적에서 가장 늦은 시기의 유적이다. 1930년에 발견, 1935~34년에 발굴하여 완전한 3점의 슬기슬기사람(Homo sapiens sapien s) 머리뼈를 비롯하여 적어도 8명의 사람뼈 화석과 석기, 짐승이빨, 조가비, 조약돌 등으로 만든 치레걸이가 찾아졌다. 특히 사람뼈 주위에서 붉은흙과 장식품이 나와 무덤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유적의 연대는 1만 8천~1만 1천 년 전으로 수양개유적의 늦은 시기와 일치한다.

최근 주구점 제1지점과 산정동유적을 보존하려고 유적 전체를 닫고 열림이 가능하도록 1.5m쯤의 네모꼴 철판을 이어 지붕을 씌워놓았다. 마치 거대한 돔과 같이 웅장하다. 지붕을 씌워 보존한 동굴 내부에는 관찰 통로를 만들어 가까이서 동굴내부 퇴적층과 구석기인들이 살았던 문화층, 불땐흔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70만년 전 구석기시대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유적지에는 주구점 박물관과 체험관이 있다. 주구점 각 지점에서 출토된 사람화석과 다양한 석기, 동물화석, 장식품 등을 입체적으로 전시한 박물관은 마치 구석기시대 교육장 같고, 체험관은 영상중심으로 꾸며져 지루함없이 구석기시대를 체험할 수 있다. 구석기유적의 조사, 연구, 보존, 활용의 표본을 본 듯하다. 우리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부끄럽고 부러울 따름이다.

충북에는 120여 곳의 구석기유적이 있다. 유적박물관은 수양개유적선사유물전시관이 유일하다. 그러나 10년 이상 전시물 교체나 특별전 개최 한번 없고, 유적보존, 교육 및 체험활동도 거의 없다. 유적 전시관이라 할 수 있을까? 어느 유적보다도 문화내용이 풍부한 수양개유적과 전시관은 왜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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