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노인과 바다
  •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0.02.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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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오승교 진천교육도서관 사서

 

얼마 전 쿠바 여행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봤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를 보여주며 다양한 장소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곳이 바로 어느 한 바였다. 미국 출신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자주 갔었던 바였고 즐겨 마셨던 메뉴가 대표 메뉴로 판매되고 있었다. 수없이 들어왔던 작가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했던 작가의 책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도서 노인과 바다(어니스트 헤밍웨이 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정점을 찍은 소설이다. 퓰리처상, 노벨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소설이다. 줄거리는 사실 너무 간단하다. 노인과 소년이 등장한다. 노인은 40일 동안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소년은 늘 노인을 존경하며 고기잡이에 동행하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더 이상은 노인과 함께하지 못한다. 결국 노인은 혼자 바다에 나서게 되고 치열한 사투 끝에 인생의 기록적인 청새치 한 마리를 잡게 된다. 그렇지만, 결국 상어들의 공격을 받고 뼈만 남은 청새치를 들고 항구로 들어오게 된다.

소설의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문체(하드보일드체)와 다양한 장면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기술은 작가를 최고 반열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올려놓았다. 소설의 교훈은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청새치를 잡고 상어로부터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인의 혈투를 통해 인간의 인내와 끈기를 보여준다. “인간은 파괴될 수는 있어도 패하지는 않아”라는 노인의 말이 곧 소설의 메시지다. 그렇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84일 동안이나 노인은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그런 노인에게서 나오는 자신감과 희망은 나에게 약간의 억지스러움과 허세처럼 느껴졌다. 과연 지금의 세상에서 석 달 가까이 한 마리도 못 잡는 노인 어부가 있다면 소신을 지키는 진정한 어부처럼 느껴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반면 글을 읽는 내내 소년에게서 더 큰 감동을 받았다.

소년은 전성기가 지난 노인을 항상 최고의 어부로 믿어주고 있다. 어쩌면 노인은 소년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끈기와 의지를 보여주는 느낌 들었다. 실제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고 상어 떼의 습격을 겪는 힘든 장면뿐 아니라 밤이 오는 외로움, 배고픔, 고통 속에서 노인은 계속 소년을 그리워하고 있다. 커다란 청새치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사람이 소년이라는 생각은 소년의 믿음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인생에 있어서 한두 번쯤은 힘든 일을 겪어봤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누가 진짜 내 사람인지 깨닫는 일이 되었다는 말을 자주 한다.

누가 나를 진짜 아껴주고 믿어주는 사람인가를 알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누군가를 무조건적으로 믿는다는 것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 노인에게도 마놀린이라는 소년의 무조건적 믿음으로 자신의 진정한 친구라고 믿었고 그 믿음이 바다에서의 혈투를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소설의 작가였다면 노인과 소년 그리고 바다라고 제목을 짓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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