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환경과 개발 사이에서
  •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 승인 2020.02.0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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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필자가 업무로부터 오는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바람을 쐬기 위해 종종 운전을 즐기는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집이 있는 남일에서 미원과 보은 산외를 지나 법주사를 들러 산책하고 나오면서 상주 화북까지 달려 속리산과 청화산의 산수화에 감탄하고 괴산 청천과 미원으로 돌아오는 길입니다.

이렇게 돌아오는 길은 20년 넘게 충북과 경북 도계 지역의 갈등이었던 용화지구 문장대온천관광조성사업을 지리적으로 오롯이 이해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대법원이 판시한 바와 같이 문장대온천개발사업으로 말미암아 인근 주민들의 환경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그 환경이익은 사업자나 행락객들이 가지는 영업상의 이익 또는 여가생활향유라는 이익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18년 사업자의 환경영향평가서가 반려된 것은 법에 승복하지 못하고 환경보호와 지역 상생 발전을 외면한 채 개발이익만을 중시한 욕심이 바로잡힌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아닐까 합니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인 남사고의 도참(미래의 길흉을 예언하는 것)과 정감록,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공통하여 길지 또는 복지로 꼽히는 곳이 있습니다. 보은 산외와 괴산 청천에 접한 용화 일대로부터 동쪽으로 청화산 자락에 이르는 지역입니다.

문장대온천개발부지인 용화 일대는 상주 화북 운흥리와 중벌리 일대를 말합니다. 돌과 불의 기운이 가득해 석화성(石火星)으로도 불리는 속리산의 특징이 잘 나타납니다. 여기서 발원한 신월천(新月川)이 법주사계곡으로부터 시작된 달천(達川)에 합쳐집니다. 그리고 달천은 미원을 지나 괴산에서 괴강이 되고 충주로 흘러 달천강이 되어 탄금대에서 강원 태백으로부터 발원한 남한강으로 합수됩니다. 그 남한강은 결국 서해로 흘러드는 물의 장대한 흐름을 보면 온천개발을 위한 욕심은 물과 땅을 거스르고 자연에 역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래에 미세먼지가 극심해지면서 우리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 미세먼지와 관련한 환경문제입니다. 청주시가 전국 폐기물 소각량의 20%가량을 처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 소각장과 재활용시설을 증설할 필요가 있거나 신규로 진입해야 하는 사업자는 헌법상 기본권으로서 직업의 자유와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은 건강권 또는 생존권과 환경권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는 문장대온천개발사업의 경우와 마찬가지입니다. 갈등의 당사자가 모두 법에서 보장한 권리와 이익에 근거해서 대립하게 되는데, 이를 기본권의 충돌이라고 합니다.

실제 이러한 문제는 법원에서 각 권리와 이익을 형량하여 우월한 것이 무엇인지 판단 받게 됩니다. 물론 법에 승복하지 못하면 여전히 다시 갈등으로 점화될 수 있습니다. 성숙한 민주시민의식과도 결부됩니다.

2주 전에 기고한 글에서 현대사회의 국가론으로 적극 또는 복지국가론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국민의 건강과 환경 보전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있어서도 이러한 흐름은 같습니다. 자연이란 본래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스스로가 그러한 것입니다. 이 땅 위의 사람과 모든 동·식물 그리고 물이 있는 그대로 조화롭기를 바랍니다.

/변호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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