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y Holzer의 ‘텍스트미술’
Jenny Holzer의 ‘텍스트미술’
  • 이상애 미술학 박사
  • 승인 2020.01.29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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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상애 미술학 박사
이상애 미술학 박사

 

미국의 여성미술가 제니 홀저(Jenny Holzer)는 1970년대 말부터 사회비판적 문구의 텍스를 공적 공간에 제시하는 작업을 해온 해체주의적 포스트모너니스트이다. 그녀는 물질성으로부터 해방된 언어가 미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다다와 큐비스트, 르네상스회화에 나타난 단어를 연구하는 과정을 거쳐 개념미술의 단어에 집중하였다.

홀저는 추상회화에 대한 회의를 품고 단어와 정보형식의 텍스트를 캔버스에 침투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적 공간으로 확장해가며 작품을 공적 영역에 침투시켰다.

폐쇄적이고 고립적이며 또한 엘리트주의적인 추상회화의 특성을 떠나 대중을 상대로 주목을 끌 수 있는 새로운 미술을 생각한 그녀가 추구한 것은 화이트 큐브를 떠나 공공의 공간에서 불특정다수에게 표출되는 미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미술은 일반 대중이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미술이었으며, 때문에 `미술의 문제가 미학적문제 제기가 아닌 삶의 문제를 다루는 미술'이었던 것이다.

홀저는 TV와 광고의 홍수를 경험한 세대로서 원본성이 위협받던 세기를 반영하며 당시의 많은 작가들처럼 미술과 문화를 이용해 소비사회의 속성에 대해 질문했다. 뒤샹이 레디메이드로 미술가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하고 워홀이 브릴로 박스를 재생산하며 소비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것처럼 홀저는 대중문화로부터 논의가 될 만한 문제를 취해 사회적 사안으로 부각시켰다.

`텍스트미술'이라고 불리는 홀저의 작품들은 현대의 비인격적인 정보체계를 비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미술의 고정관념에 이의를 제기하고 감상자의 지적인 반응을 자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도 하였다.

첫 작품인 <경구들(Truisms)>(1977-79)을 시작으로 텍스트 시리즈들은 삶과 관련한 주제들이었으며 주제는 노화, 고통, 죽음, 분노, 공포, 폭력, 성, 종교, 정치에 대한 생각을 포함한다. 이러한 홀저의 미술은 우선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비개인적 오브제를 사용해 개인적 언어를 투사하고, 텍스트가 나타내는 메시지는 사회와 미술의 관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는 현실적 측면을 갖는다. 따라서 홀저의 작품은 텍스트 내부의 분석뿐 아니라 그것이 외부에 제시되는 맥락과의 연관을 통해 입체적으로 조망되어야 한다.

홀저는 공중이 모인 장소, 시선이 닿는 어느 곳에서든지, 문자 표출이 가능한 것은 모두 매체로서 적극적으로 검토하였다. 따라서 공공장소에서 텍스트를 수단으로 전개되는 그녀의 미술은 눈에 띄는 장소를 일종의 무대로 변화시키고 텍스트를 수단으로 사회와 삶에 개입하는 미술을 전개하였다.

기술적 측면으로는 1970년대 말에 포스터와 인쇄, 1980년대는 전광판을 포함한 다양한 광고매체와 텍스트의 결합을 시도하였고, 1989년부터는 LED사인을 그리고 1996년부터는 제논 광원을 매체로 사용하였다.

홀저의 `텍스트미술'은 이처럼 다양한 매체의 전이를 거치며 `언어'로부터 `조형'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노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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