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과 국가의 품격
보훈과 국가의 품격
  •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 승인 2020.01.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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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영 변호사의 以法傳心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 법학박사

 

필자의 대학 은사께서 한 모임 자리에서 국가의 품격에 대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 후로 “국가의 품격이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국가의 품격을 갖추고 있는가”와 같은 스스로의 우문(愚問)을 던지고 있는데 언제쯤 현답(賢答)을 찾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입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므로 국가의 품격을 달리 말하면 `국민을 위한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수행될 때의 국가의 권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법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국가론'과 같다고 생각됩니다. 국가론은 국가의 역할에 관한 법철학입니다. 2차 세계대전을 기준으로 근대사회와 현대사회를 구분한다면 근대사회의 국가론은 국가가 외부의 적과 내부의 무질서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강조되었던 경찰 또는 소극 국가론이었다면 현대사회의 국가론은 국가가 이를 넘어서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평등 조치를 수행해야 한다는 복지 또는 적극 국가론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국가보훈대상자 관련 송사를 경험하고 보훈학회 활동을 통해 보훈제도를 연구하면서 보훈(報勳)영역에서 국가의 역할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절실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훈은 특히 적극국가론의 극대화가 요구되는 영역입니다. 보훈이란 국가에 대하여 공훈(功勳)한 자에 대하여 국가가 그 희생에 보답하는 것을 말합니다. 국가가 공훈한 자에 대하여 그 희생을 감사히 여기고 충분히 예우하는 것은 국민통합의 지름길이 됩니다.

국가보훈처에서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보훈대상자는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국가유공자, 보훈보상대상자, 고엽제피해자, 특수임무유공자, 5·18 민주유공자, 중·장기복무제대군인 등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작년 보훈예산은 총 6조가 넘어 적지 않은 금액임에도 보훈대상자 인정에 소극적이고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어 과연 국가를 위해 희생·헌신한 국민을 위해 국가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회의가 들게 됩니다. 필자의 경솔한 판단이지만 보훈대상자 중 으뜸인 독립유공자나 참전유공자의 경우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끼고 대체로 수월하게 인정받는 반면, 평시의 순직·상이 유공자의 인정에 대하여는 국가가 매우 인색한 편입니다.

한편, 국가보훈처의 주된 예우·지원 외에 보훈대상자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유형별 유공수당이 지급되고 있지만 조례·지방재정 등의 사정에 따라 금액도 차이가 있습니다. 그나마 청주시는 독립유공자 및 참전유공자에 대하여 10만원의 명예수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훈대상자가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수당의 지급은 형평에 반합니다. 중앙집행적인 국가보훈제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하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희생한 사람들이 보훈대상자로서 등록을 거부당하여 절망하면서 어렵게 권리구제절차를 밟는 것에 대하여 국가나 소송수행자는 그때그때 쟁송에 대응하는 것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이야기들을 귀 기울여 보훈정책에서 개선점을 찾아 제도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희생한 사람들에 대하여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국가가 특별히 배려해야 합니다. 보훈을 잘하는 것이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입니다.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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