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시대
언택트 시대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19.12.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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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빨래방 방문은 처음이다. 길가다 빨래방이라는 간판을 보았을 때, 자취하는 학생들이나 조그만 세탁기를 쓰는 사람들이 이불 등 부피가 큰 빨래를 세탁할 때 이용한다고 생각했었다. 얼마 전 두꺼운 이불을 빨아서 말리고 싶은데 날씨도 꾸물꾸물하고 우리 집 세탁기에는 좀 비좁은듯해 이참에 빨래방을 이용하고자 이불을 들고 갔다.

빨래방에는 사람이 없었다.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나'하고 가계 안을 둘러보니 세탁기를 사용하는 방법, 건조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주의할 점 등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알고 보니 사람이 없는 셀프빨래방인 것이다. `잘 사용할 수 있을까'의구심이 생겼지만 안내 문구를 읽어가며 사용금액을 투입하고 빨래를 넣은 후 세제도 넣고 기능을 선택하자 세탁이 시작되었다.

세탁이 되는 동안 미루던 은행 볼일을 볼 참이다. 예전 같으면 은행을 자주 찾았지만 요즈음은 웬만한 금융 업무는 스마트폰으로 계좌이체도 하고 곳곳에 설치된 ATM기기를 이용해 현금을 찾다 보니 은행을 방문하는 일은 뜸해졌다. 자동이체로 연결되지 않은 공과금을 납부해야 되는데 이젠 그 일도 창구가 아닌 기계에서 납부를 해야 했다. 앞에 계신 어르신은 기기 앞에서 잠시 우왕좌왕하다가 직원의 도움을 받아 공과금을 납부 하고 불편한 낯빛으로 은행 문을 나선다. 익숙하지 않지만 조금 전 어깨너머로 보았던 터라 차근차근하다 보니 공과금 납부를 완료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점점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 기계를 이용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 떠오르는 소비경향은 `언택트(un+contact·비대면)마케팅'이라 한다. 젊은 세대들은 모바일, 디지털기기를 이용해 물품구입을 하는 일이 일상이다. 실제 매장에 방문하여도 제품설명이나 친절을 베푸는 점원과의 접촉도 불편해한다는 것이다. 점원에게 조언을 구하기보다 SNS를 통해 정보를 검색해서 비교해보고 선택을 하는 점이 편리하다고 여긴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자율주행 로봇이 서빙을 하는 미래형식당, 무인화장품 매장이 문을 열고 운영 중 이라 한다. 직원이 없는 의류매장에서 판매사원의 도움 없이 옷을 선택하고 결재까지 스스로 하는 `언택트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어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할 때 그들과 우리 세대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문화적 생활패턴은 많은 차이가 나지 않나 싶다.

이순 고개에 올라선 우리도 이미 알게 모르게 언텍트 마케팅 생활에 합류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쇼핑하고 휴대폰 앱 하나만 깔면 손쉽게 기차표도 예매할 수 있어 사용하다 보면 매우 편리함을 느낄 수 있다. 처음 접할 때는 불편하지만 한두 번 사용하다 보면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절약되고 앉아서 먼 곳에 있는 특산물들도 신속하게 구매하고 받을 수 있으니 어찌 편리함을 말하지 않겠는가.

이런 편리함에도 우리가 잃어 가는 것들이 있어 좋아할 수만은 없다. 기계화 시대는 하루가 다르게 확산 될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한 현실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밀려나게 될 것이다. 또한 가끔은 딱히 살 것도 없으면서 재래시장을 기웃거리다 손 두부 한 모, 냉이 한 봉지 사면서 고향마을 일가친척 같은 그분들과 소통하며 조금 더 집어주는 덤에 가슴 훈훈한 정을 느끼는 그런 날들은 그리움으로 남을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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