씩스틴
씩스틴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12.30 19: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한국문화예술문화의원회에서 보내주는 2019년 문학나눔도서가 학교에 도착했다. 아동도서 81권. 기쁜 마음으로 한 권 한 권 살펴보며 어떤 책이 들어 있나 살펴본다. 새 책이 들어오는 이 순간은 항상 즐겁고 설렌다.

이번 책 꾸러미도 역시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아름답고 예쁜 이야기인`별 낚시'(김상근·사계절). 반면 가정폭력을 다룬 이야기와 청소년 문학까지 골고루 담겨 있었다. 여러 사람의 책장을 넘보는 느낌이랄까. 새롭게 알게 된 작가 선생님을 발굴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도 책을 등록하는데 기웃거리면서 “이 책 재밌겠다. 저 좀 먼저 읽으면 안 되나요?” 그런다.

그 책 중에, 나온 줄 몰랐던 이 이야기책이 있었다. 5.18을 다룬 이야기. 도서 `씩스틴(권윤덕 글, 그림·평화를 품은 책)'이다. 씩스틴. 뭔가 했더니 총의 모델명이다. 표지에도 파란 총이 그려져 있다. 국방색의 군복 무늬가 속표지다.

이야기는 1980년대 봄으로 시작된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광장으로 나온다. 씩스틴. 용맹스러운 계엄군 총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군인의 모습을 총으로 묘사했다. 특수부대에서 교육받은 대로, 폭도들을 무찌르지만 `맨손의 폭도를 해치우는 시시한 싸움'이 계속된다. “민주주의 만세!”라고 외치는 시민의 모습을 보며 실탄을 사용하는 무력 항쟁이 시작되고, 그에 따른 비극을 담담히 그려 내고 있다.

조경희 작가의 `슬픈 생일'(내 인생의 책),`오늘은 5월 18일입니다.'(서진선·보림) 등 5.18을 대상으로 한 작품들이 나와 있다. 그런데 두 책에서 조금씩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이 책이 딱 그 중간인 것 같다. 역사적 사실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으면서, 너무 어렵지 않고, 30분 내외로 읽을 수 있는 책이었으면 했는데 이 책이 내가 찾던 딱 그런 책 아닌가 싶었다.

권윤덕 선생님의 책 중에 위안부를 다룬 이야기인 `꽃 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아이들에게 너무 잔인한 사실을 들이대는 것 같아 망설여지지만, 그래도 알아야 할 역사이기에 고학년에게 읽어 보라고 권해 주는 책이다. 제주 4.3사건을 다룬 `나무 도장'도 읽으면서 갑갑한 책이었다. 우리의 현대사이기에 알아야 하지만, 슬픈 역사를 알려주기에 뭔가 답답한 책이다. `일과 도구',`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로 작가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들과는 상당히 다른 색깔의 책이다. 그래서 다음 책도 나오면 꼭 읽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고, 읽게 되는 것이리라.

얼마 전 광주교도소의 시신 발굴 소식을 들었다. 이 일에 연루된 시신이 아니었으면 정말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