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깨닫는 참된 즐거움이 있는 정자, 옥천 독락정(獨樂亭)
혼자 깨닫는 참된 즐거움이 있는 정자, 옥천 독락정(獨樂亭)
  • 김형래 강동대 교수
  • 승인 2019.12.22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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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시선-땅과 사람들
김형래 강동대 교수
김형래 강동대 교수

 

지금은 옥천군에 속하는 하나의 면이 된 안남면 지역은 신라의 아동혜현(阿冬兮縣)이었다.

고려 태조 23년(940) 안읍현(安邑縣)으로 이름을 바꾸어 조선 말기까지 존속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옥천군 안내면과 안남면 지역이 되었다.

안읍(安邑)의 지명유래는 아동혜(阿冬兮)와 같은 의미를 가지는데, 아(阿)는 `수(首)'의 뜻이고 동(冬)은 `읍(邑), 또는 고을'의 뜻을 가진다. 그러므로 안읍은 수읍(首邑), 즉 고대부족국가의 통치자가 있었던 고을이라는 `왕읍(王邑)'의 뜻을 가진다.

안읍은 금강의 지류가 만드는 산간분지로 옥천의 동북쪽에 위치하여 보은과 접하고 있다. 조선시대 이곳에 안읍창(安邑倉)이 있었고, 문치(文峙)를 넘어 보은에 이르렀다. 동쪽으로는 마달치(馬達峙)를 지나 청산(靑山), 남쪽으로는 화인역(化仁驛)을 지나 옥천과 이어지는 소백산맥의 서쪽 사면을 종단하는 교통상의 요지였다.

독락정은 절충장군·첨지중추부사의 벼슬을 지낸 주몽득(周夢得)이 1607년(선조 40)에 세운 정자다. 당초 정자로 지어졌지만 후대에는 서당으로도 사용되었다고 한다.

독락정은 1872년 옥천군 지도에도 나타나고 있어 이 지역을 대표하는 건물임을 알 수 있으며, 이 정자 이름을 따 마을 이름도 독락정이라 부르고 있다.

정자 이름인 `독락(獨)'은 중국 고대의 역사를 다룬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찬한 송나라 때의 학자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정계에서 물러난 후 은거를 위해 낙양(陽)에 조성한 정원인 독락원(獨園)에서 따온 것이다.

`독락원기(獨園記)'에서 사마광은 “하늘과 땅 사이에 다시 어떤 즐거움이 있어 가히 이것과 바꿀 수 있겠는지를. 그런 까닭으로 이를 독락이라 한다.”고 읊었다.

주몽득(周夢得)이 세운 원래의 독락정은 없어지고, 현재의 정자는 1771년(영조 47)에 중건한 것이다. 2018년 독락정 해체복원 당시 종도리를 받치고 있는 장여에서 상량문(上樑文)이 발견되었는데, 시골불량배 8명의 횃불방화로 정자가 불타 없어졌으며, 불타 없어진 정자터를 바라보며 후손들의 원망과 탄식, 그리고 복원하겠다는 의지와 다짐, 건립과정에서의 마을사람들의 합심 협력 모습 등의 내력이 상세히 표현되어 있다.

또한, 건립취지와 목적, 주변 풍광과의 어울림 등을 문학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독락정의 역사를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독락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홑처마, 팔작지붕 건물이다. 양 측면에 툇마루를 설치하기 위해 내부는 4칸으로 만들었고 전면 한 칸도 퇴칸으로 처리해 툇마루를 두었다. 북측으로 중앙에 2칸의 마루방이 있었는데, 2018년 해체보수공사에서 원래 온돌방이었음이 확인되어 온돌을 복원하였다.

독락정 뒤로는 둔주봉(384m)이 병풍처럼 솟아있고, 앞으로는 시야가 트여서 유유히 흐르는 금강과 그 주변의 수려한 경관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상량문에도 `맑게 흐르는 강물은 십리 길의 깨끗한 모래 위에 거울처럼 열려있네' 라고 하였으니 그 옛날 이 곳을 방문한 시인 묵객들은 독락정 마루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금강의 물줄기를 바라보며 시와 술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지금은 유유히 흐르던 금강은 대청호가 되었으며, 독락정 앞으로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의 양수장이 가로막고 있어 독락정 일원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경치가 적잖이 훼손되었다.

정자는 건물보다도 위치와 주변의 환경이 중요한 요소다. 이러한 역사적 문화재를 적극적으로 보존하기 위해서는 계획 초기단계부터 관련 전문가들이 참여한 보존계획이 세워져야 한다.

현재의 독락정 주변의 문화환경은 독락정 가치의 반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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