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됨과 인물됨
인간됨과 인물됨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12.18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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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인간 같지도 않은 작자들이 인물인 것처럼 날뛰고 행세하는 꼴불견 세상입니다.

그런 후안무치한 자들에게 무방비로 휘둘리고 농락당하는 허술하기 그지없는 사회입니다.

시정잡배보다 못한 자들이 인물입네 하고 공중파나 SNS를 타고 거드름피우며 이리 왈 저리 왈 하는 걸 보면 구역질이 납니다.

깜도 안 되는 인간들이, 양심에 피멍든 인간들이 돈과 권력을 무기로, 얄팍한 지식과 언변을 무기로, 패거리들의 추종과 인기를 무기로 혹세무민하니 기가 찹니다.

그보다 더 기가 찬 건 그런 그들의 처신과 입놀림에 부화뇌동하거나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는 부평초 같은 민심입니다.

겉만 보고, 포장된 이력만 보고 내용물을 예단하고 그릇의 크기를 판단하다 보니 그렇기도 하거니와 인물 여부를 검증할 시스템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니 민초들의 우왕좌왕을 탓할 수도 없음입니다.

인물인 줄 알고 대단타 여겼는데 알고 보니 속으로 호박씨나 까는 양상군자이거나 제 뱃속만 채우는 모리배여서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혼미한 세상이 더욱 혼탁해지고 살벌해지니 안타깝습니다. 아니 몹시 걱정이 됩니다.

하여 인간됨과 인물됨에 대해 몇 자 적습니다.

인간됨과 인물됨의 됨은 사람으로서 지니고 있는 품성이나 인격을 뜻하는 됨됨이의 준말입니다.

그러므로 인간됨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자격이나 품격에 대한 기본적 소양의 겸비 여부를, 인물됨은 사람으로서 일정한 상황에서 행해지는 역할에 대한 가치의 크기를 재는 걸 이릅니다.

일반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인물이라 칭합니다만 그 뛰어남이 공의롭고 이타적일 때, 인류발전과 평화실현에 일조하거나 기여할 때 사람들은 그를 인물이라 칭송하며 추앙합니다. 그런고로 인물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합니다.

인간성이란 말은 있지만 인물성이란 말이 없듯이 인간됨이 인물됨의 근본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훌륭한 인물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이고 복 받은 사회입니다. 그들로 인해 사회와 공동체가 건강해지고 풍요로워지니 당연지사입니다.

반대로 인간됨이 엉망인 자들이 인물입네 하고 이리 왈 저리 왈 하며 설치면 나라와 사회는 불행해집니다. 그런 자들로 인해 인류가 고통을 당하고 나라와 공동체가 피멍이 드는 걸 지난 역사는 웅변하며 경계하라 합니다.

그렇듯 인물이 많은 건 특히 난세에 큰 인물이 나는 건 국가와 민족의 홍복입니다. 안타깝게도 작금의 우리 대한민국은 인물 같지 않은 인물들이 국정을 좌지우지했던 이른바 국정농단의 깊은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그들의 실정 탓에 어부지리로 정권을 잡은 현 정권과 집권세력 또한 크게 나을 것 없는 그 나물에 그 밥이어서 그렇습니다.

인간됨은 가정교육과 사회교육으로 길러지고 자가발전 합니다.

그 인간됨 속에서 인물됨이 나오는 것이니 인물은 사회가 만들고 시대가 만드는 거나 진배없습니다. 그래서 인물은 태어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지고 키워지는 것이라고.

그러므로 리더는 인물을 키우고 양성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 합니다. 2인자를 키우라는 게 아니라 좋은 인물을 많이 키워 국민들의 선택의 폭을 넓히라는 말입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충과 효를 인간됨의 기본 덕목으로 삼았습니다. 그런 유교적 덕목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건 악과 불의를 멀리하고 선과 공의를 가까이 하는 양심의 견지입니다. 이웃과 사회에 대한 배려와 헌신의 이타적인 삶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를 크게 행하고 흥하게 하는 이가 진정한 인물이고 시대가 요구하고 찾는 큰 인물입니다. 초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인간됨과 인물됨이 좋으면 그로 족합니다.

그대가 바로 그런 사람이기를.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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