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 난다고?
개천에서 용 난다고?
  •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 승인 2019.12.15 20: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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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광장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박진홍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주무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훌륭한 사람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옛말이 돼버렸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고 하는 누구나 다 아는 그 대학의 학생 대부분은 강남권 부유한 집 자녀들이다. 사법고시는 비싼 학비가 기다리는 로스쿨로 대체돼 부잣집 자녀, 법조계 자녀들만 가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행정고시?외무고시는 존치하고 있지만, 고위직은 집안의 배경이 중요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가난한 집 태생의 자녀들이 출세할 수 있는 사다리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세계 각국의 성공한 사업가 면면을 보면 이른 시기부터 다양한 독서, 체험, 경험, 학습, 여행을 통해 체계적인 지식, 이론을 세우고 다양한 지역 국가 사회 문화를 경험하면서 사업을 구상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지식 인맥은 기본이고, 부를 극대화할 수 있는 그들만의 방법이 있다. 사람을 어떻게 조직하고 인맥 언론 미디어를 어떻게 동원하고, 정치인 관료 권력 상층부를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이들 세계적인 유명 사업가들의 어린 시절을 보면 이들을 자극하는 훌륭한 부모, 스승, 친구가 있었다. 부모로부터 독서 습관을 물려받고,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는 사람들이 다수를 이룬다. 이들에게 다양한 체험과 기회를 제공한 부모, 친척, 지인, 스승이 있었다. 정서적 금수저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금수저와 정서적 금수저가 꼭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거의 없는 사회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를 보면 가난한 집 태생과 부잣집 태생은 어린 시절부터 문화적으로 다르다. 가난한 집 태생은 시작부터가 초라하다. 맞벌이를 해도 넉넉지 못한 부모가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면서 아이들은 보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행동반경과 체험의 크기가 작다. 주거지 주변을 도는 것이 전부이다. 공부 환경 역시 열악하다. 다양한 사회 문화 체험은 불가능하다. 여행도 어렵다. 가난은 결국 대물림되고 있다. 주위에 훌륭한 멘토나 롤 모델이 없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반대로 부잣집 태생은 시작부터가 화려하다. 부모가 옆에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 부모들은 `조물주 위의 건물주'들이 대부분이라 반드시 공부를 해야 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체험 경험 학습 기회가 무궁무진 제공된다.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시간, 돈에 대한 걱정이 필요 없다. 충분한 기회가 제공되고 보장된다. 일부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부모를 둔 아이들은 어린 시절에 부모 손잡고 서점을 가고 원하는 책을 사고 격려받는 분위기 내에서 독서가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다. 부유하므로 주변에는 부모의 인맥은 물론 롤 모델, 멘토가 넘친다. 공부까지 잘하면 해외 유학을 통해 세계적인 인맥을 형성한다. 선순환이다.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접하면서 문득, 악순환과 선순환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사다리가 하나의 재료가 아니고, 다양한 성공이 존재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토대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고, 그것이 개인의 책임으로만 미뤄질 때 결국 사다리는 내 집, 내 방에서 다락방을 올라가는 것처럼 사다리가 이미 있는 가정에만 국한되는 것이다. 사회적인 사다리가 모든 아이들이 원하면 오를 수 있도록 여럿 곳에 있기를 바란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다. 많은 아이에게 더 많은 체험의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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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5 21:06:09
외무고시도 존치된게 아니라 폐지되고 외교 아카데미라고 음서제로 운영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