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과 우익을 넘어
좌익과 우익을 넘어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12.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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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대부분의 사람들은 30세 이전에 듣던 음악을 선호하고, 30대 이전에 먹던 음식을 좋아하는 성향이 짙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온 주변 지인들을 살펴봐도, 대개 30대 이전에 즐겨 먹던 음식과 즐겨 부르던 노래들을 여전히 즐겨 먹고 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30대 이전부터 듣고 먹던 음악과 음식들을, 30대가 한참이나 지난 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즐겨 듣고 먹는다는 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언제 담배를 빼어 물고 불을 붙였는지조차 모르는 채, 무의식적으로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고, 라이터를 켜서 불을 붙이는 습관적인 삶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가 그 밥에 그 나물인 삶이 아니라, 매 순간이 새롭고 역동적인 온전하게 깨어있는 삶을 누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더라도 매 순간순간이 생애 최초의 날이며, 설레는 첫사랑의 그 순간처럼 신선하면서도 가슴 뛰는 행복한 삶을 누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50대 60대가 돼서도, 30대 이전에 듣고 먹던 음악과 음식에 길들여 지지 않은 순수 의식으로,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음식에도 가슴을 열고 매료되는 신선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 바로, 갓난아기 같은 심령이 가난한 자의 천국 삶이 아닐까?

선불교의 거장이며 `서장'이란 명저로 유명한 대혜 종고 선사는 “익숙한 것은 서툴게 하라. 그리고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 수행이란 한마디로 그것밖에 없다”고 역설한 바 있다. 어떤 일이 익숙하다는 것은, 현재 의식이 아닌 과거의 경험에 대한 기억 뭉치에 의존해, 목전의 현재를 습관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서툴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은, 과거 어느 시점에선가 수월하게 일했던 상황과 비교-분별하면서, 그때처럼 쉽고 편하게 일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다는 느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떠한 일과도 온전히 하나가 돼서 신명나게 일하고 있다면, 익숙하다느니 서툴다느니 하는 생각이 붙을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간과해서 안 될 것은, 대혜 종고 선사의 법문을 “익숙한 경계와 서툰 경계가 각각 별개로 존재하는 가운데, 애써 작위적으로 청개구리처럼 익숙한 것은 서툴게 하고,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는 말로 오해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익숙한 것은 서툴게, 서툰 것은 익숙하게 하라'는 대혜 종고 선사의 속내는, 익숙하다느니 서툴다느니 하는 분별(分別)을 다 내려놓고, 일심의 지극정성으로 일과 온전히 하나 되어 무한 창조성을 발휘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지금 여기 이 순간의 살아 숨 쉬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삶이 노자가 그토록 강조한 애써 함이 없이 스스로 그러한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삶이다. 또한 공자님이 역설한, 군자는 그 어떤 그릇도 없이 모든 프레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군자불기(君子不器)에 삶을 의미한다.

좌익과 우익은 고정불변의 실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른쪽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면 왼쪽 날갯짓에 보다 역점을 두어야 중심을 잃지 않는다. 왼쪽에서 바람이 심하게 불어오면 오른쪽 날갯짓에 더욱더 역점을 두어야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제 모든 국민들이 과거의 무의미하고 고리타분한 좌우익 논쟁을 탈피해서, 왼쪽 및 오른쪽 그 어디에도 사로잡힘 없이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왼쪽 날갯짓과 오른쪽 날갯짓을 자유롭고 당당하게 마음껏 펄럭이는 중도(中道) 내지 중용(中庸)의 길을 걸어가야 할 때다. 요 임금이 순 임금에게 천하와 함께 전한 윤집궐중(允執厥中) 즉, 진실로 그 중(中)을 잡으라는 가르침과 논어의 집중유권(執中有權) 즉, 중(中)을 잡으면 권세가 있다는 가르침도 바로 좌익과 우익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자유로운 중용 및 중도의 삶을 강조한 만고불변의 진리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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