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동이와 원더마우스
동동이와 원더마우스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12.0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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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우려하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한 포털사이트의 웹소설 광고가 나가고 나서 거기에 나오는 로맨스 소설을 사 달라는 초등학생들을 어찌하면 좋나 싶다. 사실 나도 배우가 읽어주는 콘셉트의 광고에 끌려서 소설을 읽어봤다. 읽어 봤는데, 재미야 있었지만 이건 확실히 초등학생 애들이 읽을 것은 아니다.

어느 시대나 어른들 몰래 조금씩은 다 읽고 보고 하지만 걱정이 된다. 적어도 전체 연령가 소설이 아니면 로그인 후에 읽을 수 있는 기능 좀 달아 놓았으면 좋겠다. 아이가 책을 읽겠다니 흔쾌히 사 주는 부모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그러나 아이가 최소한 중학생이 되기 전에는, 책을 무조건 다 사 주시지 말고, 아이가 어떤 책을 샀는지 한 번 읽어보거나, 훑어 봤으면 싶다. 연재되는 소설을 다 읽어 봤는지 줄거리를 줄줄 이야기하는 초등 6학년 애 앞에서 머리를 감싸 쥔다. `에이, 요새 저희 알 거 다 알아요. 뭐.' 그러는데 어릴 적에 비슷한 말을 했던 과거를 반성해 본다. 이런 게 업보인가 싶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머리가 아프다.

그런 나를 위로하기 위해 최근에 발견한 힐링 책을 하나 꺼내 든다. 조승혜 작가의 `동동이와 원더마우스'이다. 선글라스를 낀 귀여운 노란 오리 동동이가 녹색 선베드에서 케이크와 주스를 마시고 있는 귀여운 표지다.

이 책은 표지를 열면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엄마가 깨워서 일어난 동동이. 그런데 동동이의 입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 것이다. 동동이는 놀라 도망간 입을 찾아 화장실로, 식당으로 달리다 간신히 입을 끼워 둔다. 수업을 듣고 하교하는데 친구들이 축구하자고 부르고 다시 동동이의 입이 도망간다는 이야기다. 도망가고 나서 입은 저 멀리 어딘가까지 가는데….

이 책은 뒤표지까지 잘 봐야 한다. 로켓을 타고 있는 동동이 입이 없다. 너무 귀엽다. 1권에 이어 2권도 나왔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너무 재밌고 귀여워서 한 장 한 장을 아끼며 읽게 된다. 코딱지 코지(허정윤, 주니어RHK)에 이어 발견한 이야기다.

어릴 적에는 어른들 읽는 책을 보다가, 막상 신체적으로는 어른이 되고 나니 다시 그림책에서 위안을 받는 것 같다. 귀엽고 순수하고 말이 안 되는 비현실적인 이 이야기가 너무 재밌고 좋다. 아이들은 세파에 찌들지 않아서 어른 소설을 몰래 읽고 있고, 나는 이미 너무 세파에 물들어서 그림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는 듯하다.

여러 일이 쌓여 있어서 동동이와 원더마우스 2권의 한 장면을 찍어 놓고 굵직한 일이 다 끝나면 그 장면을 프로필 사진으로 쓰려고 벼르고 있다. 바쁘고 힘든 어른들은 로맨스보다 이런 그림책이 더 마음에 와 닿을지도 모르겠다.

바쁜 연말이 시작되었다. 얼른 지나가고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동동이처럼 “자유다!” 하고 외쳐 보고 싶다.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그냥 웃어보시길 권해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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