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마음
원래 마음
  •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 승인 2019.11.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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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박경전 원불교 청주상당교당 교무

 

부처님들과 성현들께서 항상 머무르시는 곳이 있다.(聖聖佛佛居)

물론 육신이 머무르는 곳은 집일 것이다. 부처님과 성현들 역시 육신이 머무르는 곳은 집이다. 그러니 굳이 부처님들과 성현들께서 항상 머무르시는 곳이 있다는 말은 육신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마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유학의 창시자는 공자이다. 그리고 공자의 철학을 이어받은 계승자는 맹자와 순자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맹자와 순자는 사람의 본성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갖고 있었다.

맹자의 성선설은 사람의 본성은 원래 선하지만 환경과 경험으로 악하게 변하는 수가 있다는 관점이다. 순자의 성악설은 사람의 본성은 원래 악하게 태어나고 교육과 경험으로 선하게 성숙해진다는 관점이다.

본성은 `본래 성품'의 줄임말이니 `원래 마음'과 같은 말이라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은 착한 마음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

사람은 악한 마음을 갖고 태어나는 것일까?

원불교의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의 마음은 본래 선과 악이 없으나 경계와 습관으로 능히 선하고 능히 악하게 된다고 하였다. 원불교의 어린이 회원(교도)이 부르는 노래가 있다.



예쁘고 밉고 참마음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 참마음 아닙니다

허공처럼 텅 빈 마음 그것이 참마음

이 마음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원불교 어린이 성가, 입정 1절 전문)



`본성', `원래 마음', `참마음'이 부처님들과 성현들께서 항상 머무르시는 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어떠한 일을 당했을 때 감정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화날 일이 생기면 화가 나는 것이 당연한 것이란 말이다. 부처는 화가 나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는 감정이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부처도 화가 난다. 하지만 부처는 `원래 마음'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시간이 빠르다. 빠르다 못해 동시간적이다. 화가 나는 순간 `원래 마음'으로 돌아와 있는 것이다. 그러니 `원래 마음'에 항상 머무르는 것이다.

`원래 마음'은 텅 빈 마음이다. 아무것도 없는 마음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이 좋은 것인 줄 알지만 그 마음도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마음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이 끊임없이 계속되면 병이다. 조증이라고 한다.

화가 나는 마음도 슬픈 마음도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할 마음이다. 화가 나고 슬픈 마음이 끊임없이 계속되면 역시 병이다. 울증이라고 한다. 즐겁고 기쁘고 화가 나고 슬픈 마음이 계속되면 조울증이라고 한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든지 `원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텅 비고 아무것도 없기에 고요하고 평온한 원래 마음이다.

아침에 화를 내고, 그 마음을 저녁까지 혹은 다음 날까지 가져가는 경우가 있다. 심할 때에는 몇 년을 가지고 있기도 한다.

화를 내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화가 나는 그 마음에서 머무르고 `원래 마음'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우리가 부처가 되는 공부를 하는 것은 감정이 없는 목석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감정이 일어난 그 마음에 붙잡히지 않고 우리의 `원래 마음'에 돌아와 머무르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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