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약부동(强弱不同)인 세상 살아내기
강약부동(强弱不同)인 세상 살아내기
  •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 승인 2019.11.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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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숲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김귀룡 충북대학교 철학과 교수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하지만 살다 보면 현실은 확실히 불공평하다. 예전에는 권력자가 행차할 때 육교 위에 올라가면 죽도록 맞았고, 권력자 욕을 하다가 모처에 끌려가서 반병신이 되어서 나온 경우도 있었다. 직장 상사에게 잘못 보이면 이유 없이 좌천당하는 경우가 많고, 부자의 갑질을 도처에서 목격한다.

우리나라의 여성들에게 남녀가 평등하냐고 물어보라. 십중팔구 또는 십 중 9.9는 불공평하다고 답할 것이다. 사회생활을 어느 정도 한 중년에게 사람이 법 앞에 평등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결코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경우가 90% 이상이었다.

원래 삶은 강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다. 사자, 호랑이, 독수리와 같이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동물들은 생명의 위협을 거의 느끼지 않고 다만 잡아먹을 뿐이다. 그 아래 있는 동물들은 힘의 강약에 따라서 먹기도 하고 먹히기도 한다. 다른 것들을 먹을 때는 강자지만 자기보다 센 놈들 앞에서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약자다. 2차 강자인 이 동물들도 다른 약자들처럼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전전긍긍해야 한다. 강자가 먹고 약자가 먹히는 것이 정글의 법칙이며, 이런 법칙은 인간 사회에도 통용된다.

돈이 필요한 사람은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의 손에 자기의 목숨을 맡기고 살며 그들 앞에 서면 고양이 앞의 쥐 꼴이 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자리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목줄을 쥐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그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면 그 사람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 한다. 그 사람에게 최소한 눈도장이라도 받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세상이다. 나에게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상사가 자신의 인사권을 쥐고 있는 사람 앞에서는 처절하게 약자가 되는 걸 보면 고소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 비애를 느끼게 된다.

인간은 욕심을 버릴 수 없다. 욕심의 결말이 파국이라는 건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욕심을 부려가면서 한탕 해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며,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무대가 인간 사회이다. 사람은 서로 싸우며 산다. 홉스가 말한 것처럼 세상은 한 꺼풀 벗기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장이다.

강약(强弱)이 부동(不同)인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대충 살면 죽는다. 대충 설렁설렁해서 국면을 전환하거나 모면하려고 하면 싸움판에서는 죽는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서로 적당하게 어울려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다. 강약이 부동인 세상에서는 긴장의 끈을 놓는 자가 먼저 죽게 되어 있다. 사면이 온통 적(敵)들인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내기 위해서는 엄정하고 치밀하게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죽는지 모르게 죽는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세상을 가졌을 때 이를 잘 지키려면 때로는 배신도 해야 하고 잔인하고, 냉혹해져야 하며 때로는 인간성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다고 말한다. 가능하다면 착하게 사는 것이 좋지만 때로는 주저하지 말고 사악해지라고도 한다. 섣불리 도덕군자인체 하면 나라도 경영이 되지 않고 본인의 명성에도 누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마키아벨리는 요즘으로 치면 못된 짓을 권장한다.

불평등한 현실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여우 같은 지혜와 사자의 용맹함을 같이 갖고 있어야 한다. 보통 사람은 이렇게 살지 못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과 평화롭게 어울려서 살라고 교육을 받아왔고 또 그렇게 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에서는 마키아벨리가 말한 것처럼 살아야 이긴다.

이런 이전투구의 장에 말려들어가지 않는 방법이 있다. 욕심을 버리면 된다. 욕심을 버리는 싸움은 세상에서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것보다 몇 배는 힘이 더 든다. 항상 이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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