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살림 마음 살림
몸 살림 마음 살림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11.1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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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초록의 나뭇잎들이 뒤늦게 속마음을 드러내며 저마다의 색깔로 화사하더니 어느덧 잡고 있던 손을 놓듯 힘없이 툭툭 떨어진다. 샛노랗고 빨갛게 피어오르던 꽃 같은 빛깔은 퇴색한 유물처럼 빛이 바랬다. 이제 곧 떠나간다는 징조다. 지는 낙엽이 아쉬워 가을 끝자락에 교직원 힐링 연수에 가서 가을에 흠뻑 취하고 왔다.
제천 금수산 자락 학현마을에 있는 제천학생야영장이 충청북도학생종합수련원 제천분원으로 새 단장을 하고 교직원 힐링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다. 바쁜 일상의 업무를 덮고 일터를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설레는 일인데, 딱딱한 책상에 앉아 머리 복잡한 업무 관련 강의를 듣는 연수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살리는 건강을 위한 연수이니 꼬불꼬불 산길로 2시간을 가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등록을 마치고 인근 마을에 있는 한방자연치유센터에 가서 여기저기 삐끗거리는 몸을 위한 간단한 자가치유 운동법을 배우고, 건강에 좋은 약선 음식을 먹으며,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보살피는 시간으로 시작했다. 그다음은 힐링 요가를 하였는데 몸에서 사용하지 않던 근육에 자극을 줘보니 그동안 뻣뻣해진 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책상에 앉아 업무를 보며 운동을 멀리한 결과는 내 몸 중부지방에 그동안 쌓은 인덕만큼이나 지방이 축적되어 건강을 위협하고 몸매를 망가뜨려 누가 봐도 펑퍼짐한 중년 아줌마로 만든 것이다.
밤에는 모닥불을 피우고 야외무대에서 음악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을 노래했다. 입동(立冬)의 추운 날씨에도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첼로· 플롯· 피아노의 앙상블과 테너의 노랫소리에 군고구마를 비롯한 간식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가을의 낭만은 무르익었다. 준비된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우리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르고 모닥불 주위에 둘러 모여 잊었던 7080 가요를 목청껏 함께 불렀다. 그동안 세월에 찌든 삶의 찌꺼기를 날려버리고 잠시나마 20대로 돌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노래가 끝나고 사람들도 하나 둘 들어간 후에도 타다 남은 모닥불이 너무 정겨워 몇몇은 모닥불 가에 앉아 정담을 나누었다.
다음 날 아침은 학현마을 어르신들로 구성된 숲 해설사와 숲 트레킹(trekking)을 하였다. 나이테가 없어 목공예로 활용되는 쪽동백나무로 생쥐도 만들어보고, 우리가 몰랐던 참나무의 종류와 차이점, 생강나무 잎의 여러 모양 등을 설명 듣고, 중간에 명상도 하고 시 낭송도 들으며 피톤치드를 마시니 내 몸속 구석구석까지 맑은 산소와 자연의 정기가 채워지는 듯하였다. 퇴임 후 자연과 함께하며 사람과 자연을 연계해 주는 숲 해설사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살아있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하루 24시간. 때론 바빠서 밥 먹을 시간도 부족하고, 때론 근심·걱정으로 온몸이 무겁고 아플 때도 있지만, 그 시간이 모여져 우리의 삶을 조금씩 완성해 나간다. 내가 인식을 하든 못하든 내면에 있는 자아는 끊임없이 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40이 넘으면 자기 얼굴의 책임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한다.
내 몸과 마음을 돌아보고 적절한 휴식을 주는 것도 나의 몫이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힐링(Healing)을 통하여 진정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실천한다면 행복감이 증진하고 그로 인한 삶의 질과 업무능력도 향상될 것 같다. 입동이 지났다. 가을은 이렇게 행복을 남기고 겨울로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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