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의 별’ 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품었다
‘직지의 별’ 산과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품었다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9.11.0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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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온 세상이 색상의 아름다움과 깊은 감성을 자랑하는 계절이다. 일요일 거리에 나가보니 샛노란 은행잎과 활엽수 잎들이 바람과 어울려 거리를 이리저리 누빈다. 잎 새들의 떠도는 모습이 약간은 슬프게도 느껴졌지만 가을과의 아름다운 이별의 퍼포먼스라고도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 화요일 오후 7시에는 정말 뜻깊고, 청주 시민들의 마음을 안식하게 해 준 음악회가 있었다. 2009년 히말라야에서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다가 `직지의 별'이 된 고(故) 민준영, 박종성 대원을 추모하는 콘서트가 청주예술의전당 대 공연장에서 개최되었다.

`직지원정대'는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2006년 충북산악인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원정대이다. 두 대원은 지난 8월 17일 히말라야에서 실종 된 지 1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시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바 있다.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산악인들이 발견되기는 극히 드문 일인데다, 두 명이 한꺼번에 한곳에서 발견되기도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두 직지대원은 2009년 9월25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하운출리 북벽(6441m)에 직지루트를 개척하고자 정상을 오르던 중 해발 54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교신을 한 뒤 실종됐다. 직지원정대는 여러 차례 시신 수습에 나섰다가 번번이 실패했지만, 올해 양떼를 몰던 현지 주민이 발견하였다. 눈 속에서 발견 당시 서로의 몸을 로프로 연결한 두 대원의 시신은 현지에서 화장한 뒤 지난 8월17일 고향 청주로 돌아와 안치됐다. 이날 공연은 두 대원의 기적 같은 귀환을 청주시민들과 함께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마련된 추억 공감 공연이었다.

이번 추모콘서트에서는 `직지의 별'을 추모하고 그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 2시간 동안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연주로 예술의 전당을 찾은 수많은 시민을 감동케 했다. 이번 음악회에 참가한 음악인들은 듀엣 오버컴브롬, 한국무용가 유연희, 오보이스트 김상웅 교장 등 지역 예술인들과 유익종, 조덕배, 이동원, 사랑과 평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가수들이 출연해 관중석에 앉아 음악을 듣던 우리에게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게 하였다.

추모콘서트는 1부, 2부, 3부로 나누어 졌는데 1부 `회상'에서는 추모영상 `직지의 별, 그들의 발자취'를 상영했고, 2부 `위로'에서는 김상웅 교장의 `Gabriel's oboe`, 오버컴브롬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한국무용가 유연희의 살풀이 등의 공연이 이어졌다. 마지막 3부 `작별'에서는 우리에게 유명한 가수들이 출연해 보는 이들을 더욱 감동케 하였다. 유익종의 `그리운 얼굴, 조덕배의 `꿈에', `나의 옛날이야기', 이동원의 `향수'와 그룹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외 신나는 댄스음악들이 무대에 올라 `직지의 별 들'과 청주시민들과의 아름다운 작별을 고했다.

우리 고장 청주의 자랑인 직지를 세계에 알리고자 이역만리 추운 산속에서 생을 마감한 직지의 별들과 시민들을 위한 이별의 노래를 들으며, 이별이 슬픔만 간직한 게 아니고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해 가는 공감의 시간이란 걸 느꼈다. 별은 빛나고 음악은 서로 위로해준다. 이젠 정말 아름다운 이별을 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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