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됨에 감사하며
인연됨에 감사하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10.30 20: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인연이란 참 묘한 것입니다.

아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 인연입니다.

호연이라 여겼던 인연이 악연이 되어 삶을 피폐케 하는가 하면 악연이라 여겼던 인연이 호연이 되어 삶에 알파가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그래요. 이처럼 변화무쌍한 게 인연이고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게 인연입니다.

디딤돌과 버팀목이 되는 인연이 있는가 하면 걸림돌과 방해꾼이 되는 인연이 있고 짧은 인연 긴 인연 등 복잡다기한 인연이 많고 많으니.

하여 인연에 울고 인연에 웃는 인생사입니다.

아시다시피 인연이란 인(因)과 연(緣)의 합성어입니다.

한자가 의미하듯 인은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연은 인을 도와서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힘이 됩니다.

인(因)이 연(緣)을 만나면 반드시 과(果)가 있다는 불교의 인연과에서 온 말이기도 한데 인 없이 연만으로는 과가 있을 수 없고, 인이 있다 할지라도 연을 만나지 못하면 이 또한 과가 있을 수 없다는.

이를테면 농사지을 때 파종하는 씨앗은 인이 되고 그 씨앗의 생육에 변수가 되는 물과 거름과 비료 등은 연이 되지요.

그런고로 아무리 좋은 씨앗을 파종했다 하더라도 물과 햇빛과 거름과 비료 등이 제때에 적당량이 공급되지 않으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물과 햇빛과 거름과 비료를 제때에 잘 공급해도 씨앗이 부실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음입니다.

인생살이도 이와 같아서 맺은 인연에 공을 들이면 호연이 되어 상생공영하고, 맺은 인연에 허와 해를 입히면 악연이 되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집니다.

다시 말해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하거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면 인연에 망조가 듭니다.

그러므로 호연으로 기능하려면 좋은 씨앗이 되도록 꾸준히 내공을 쌓고 연이 되는 이들에게 기꺼이 물이 되고, 햇빛이 되고, 거름이 되어야 합니다.

아무튼 사람들의 첫 인연은 자신을 낳고 키워준 부모님으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로부터 맺게 되는 수많은 인연들. 형제자매, 일가친척, 이웃사촌, 죽마고우, 학교동창과 선후배, 군대와 직장에서의 상사와 동료와 부하, 종교생활 중에서 만난 신도, 취미동호활동 중에 만난 도반 등 수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하고 전생에 업보가 있어서 현생에 인연이 닿는 거라는 불가의 가르침이 있고 보면 그들 모두는 소중하기 그지없는 인연들입니다.

아니 세상의 모든 인연은 귀하고 각별합니다.

돌아보니 그런 인연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고 또 내일이 기대되고 기다려지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비 때마다 태클을 걸거나 발목 잡아 갈 길 더디게 했던 악연들이 없진 않았지만 그들로 인해 더 단단해졌으니 이 또한 감사할 일입니다.

한 때 호연으로 지냈으나 어쩔 수 없이 돌아서야 하는 인연도 있었습니다. 아쉬움도 많고 가슴도 시리지만 애써 잘 살기를 행복하기를 빌고 또 빌며 삽니다.

예수님은 인연 닿는 사람끼리 서로 사랑하라 했습니다.

왼쪽 뺨을 때리면 오른쪽 뺨도 내어주라고도 했습니다.

인연 쌓기의 본령입니다.

한때 혈연 지연 학연을 부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도 저도 없는 타향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보니 결정적일 때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그들의 연줄이 부러울 수밖에요.

하지만 선거판이나 정치판에서 보듯이 저급한 끼리끼리 문화와 패거리 문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공정성을 심대하게 해치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등의 역기능이 야기되고 있어서입니다.

각설하고 누구든 선을 쌓고 베풀면 호연이 되고 악을 쌓고 받기만 하면 악연이 됩니다.

현재진행형인 인연, 그 인연 다하는 날까지 감사하며 사랑하기를.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