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연가를 마치며
탁구연가를 마치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19.10.16 2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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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5주간에 걸쳐 연제한 `탁구연가'에 많은 분들이 호응해 주셨습니다.

탁구 속에 심오한 철학이 녹아있음을 알게 되었다와 탁구와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가 주이지만 필자의 탁구실력이 궁금하다와 한번 붙어보고 싶다는 분들이 다수 있었고, 탁구의 장점과 탁구의 비사에 대해 보다 소상히 쓰기를 청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나라가 몹시 어지럽고 혼란스러운데 칼럼니스트가 한가로이 탁구 타령이나 하고 있다고 핀잔을 주는 분도 있어 당혹스러웠습니다.

모두 고마운 말씀이고 따끔한 지적이었습니다.

하여 보은지정을 담은 후기를 올리오니 널리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언급한 바와 같이 탁구는 사랑입니다. 마주 보고 돌림노래 부르듯 탁구공을 주고받는 사랑의 운동이 바로 탁구라는 운동이고 게임입니다.

우리네 인생살이도 그와 같습니다. 주고받을 사랑이 없는 삶은 텅 빈 탁구장이나 다를 바 없을 테니까요.

그렇습니다. 상대할 즐탁인이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그가 있어 기량도 향상되고 재미와 건강과 행복을 향유할 수 있으니 좋은 거죠.

제 탁구실력이 어떠냐고요?

고수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아서 감히 탁구 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동네탁구 수준입니다.

젊은 시절 펜홀더로 칠 때에는 생활탁구 3부들과 곧잘 어울렸는데 그나마 골프에 미쳐 10년 넘게 손 놓고 있다가 이순이 다 되어 쉐이크로 바꿔치니 4부는 물론 젊은 5부들한테도 쩔쩔매곤 합니다.

순발력과 스피드가 턱없이 딸려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니 그럴 수밖에요.

그래도 좋습니다.

눈비가 와도 태풍이 불어도 혹한에도 즐길 수 있어 좋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즐길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더욱이 이겨도 좋고 져도 좋은 웃는 탁구를 지향하니 탁구장에 가면 행복이 밀물처럼 밀려옵니다.

정치도 국가 간의 외교도 탁구처럼 주고받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증오와 분쟁이 난무합니다.

요즘 한국정치가 그렇고 경제전쟁 중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비핵화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미국과 북한이 그렇습니다.

여와 야가 보수와 진보가 양보와 타협 없이 서로 메아리 없는 주장과 강요만 일삼으니 탁구공이 네트에 걸리고, 밖으로 튕겨나가고, 바닥으로 내동댕이치듯 허탈과 허무만 양산할 뿐입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를 심판해야 할 국민들이 양 진영의 선전선동에 휘둘려 양분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조국 법부장관의 사퇴로 일단락되었지만 수십만의 국민들이 보금자리를 뛰쳐나와 청와대 앞 광화문 거리에서, 검찰청 앞 서초동 거리에 운집해 한쪽은 정권의 실정을 성토하며 조국 법무부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하고 또 한쪽은 정권을 엄호하며 조국 법무부장관 수호를 외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를 슬기롭게 조정하고 봉합해야 할 정권과 정치권은 내년 봄에 치러질 총선의 유불리와 내편 잡기에 골몰하니 나라 꼴이 말이 아닙니다.

일본과의 외교도 북한과 미국도 핑퐁 하듯 주고받음이 있어야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습니다.

탁구! 공은 작고 가볍지만 결코 작고 가벼운 운동이 아닙니다.

죽의 장막으로 불렸던 중국의 문을 열게 했던 것도 이른바 미·중 간의 핑퐁외교(1976년 키신저 미국 국무장관과 주은래 중국 수상) 덕분이었고, 대한민국이 구기종목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것(1978년 사라예보 세계탁구대회 단체전, 이에리사·정현숙·박미라 선수)도 탁구였으며, 중국과 국교가 수립되기 전에 안재형과 쟈오지민의 한·중 커플의 탄생(1984년)도 탁구 덕분이었으며, 1991년 일본 지바에서 남과 북이 최초로 단일팀을 구성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것 또한 탁구였습니다.

탁구! 참 좋은 운동입니다. 부디 사랑하듯 탁구 치고 탁구 치듯 사랑하는 그대이기를.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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