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핏빛으로 붉게 멍든 꽃무릇
그리움에 핏빛으로 붉게 멍든 꽃무릇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10.09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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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

 

해양소년단 전·현직 지도교사 모임에서 한 달에 한 번 섬 탐사 여행이 있다. 이번엔 태풍 소식 때문에 욕지도를 가려던 발걸음이 선운사로 바뀌었다. 선운사 꽃무릇. 언젠가 꽃무릇을 만났지만 다시 보고 싶어 꽃무릇 축제를 기다리던 참. 비가 온다니 걱정이다. 하늘이 사진 찍을 만큼의 여유는 주겠지라는 마음으로 길을 떠난다.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꽃무릇/박종영)

시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꽃무릇은 상사화 중에 가장 붉은색을 띠는 꽃이다. 꽃은 잎을 그리워하다 핏빛으로 멍든 듯하고 무리지어 붉게 핀 모습은 마치 붉은 양탄자를 깔아놓은 듯하다. 꽃술은 그리움에 상사병 난 여인의 속눈썹처럼 길다.

`꽃이 무리지어 난다'하여 붙여진 `꽃무릇'은 일본에서 들여온 것으로 돌 틈의 알뿌리가 마늘을 닮아`돌마늘'이라는 뜻으로 `석산(石蒜)'이라고도 한다. 시인이 상사화 흉내 내듯이 라고 말했듯이 상사화는 조금 다르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피고 여름에 꽃이 피는 여름꽃이지만 꽃무릇은 9월 중순경 꽃이 피고 꽃이 시든 후 가을에 잎이 피는 가을꽃이다. 또 꽃잎이 다른 상사화처럼 통꽃처럼 보이지 않고 꽃잎조각이 완전히 갈라져 상사화의 한 종류가 아니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상사화와 꽃무릇은 잎과 꽃이 서로 다른 시기에 핀다는 점과 알뿌리로 되어 있는 점이 같아 같은 상사화류로 본다. 꽃은 진한 붉은색으로 물결모양으로 주름지고 뒤로 말려 진노랑상사화 꽃잎이 연상된다. 9~10월 피는데 불갑사, 용천사, 선운사 등에서 꽃무릇 축제를 연다.

붉은색을 띠는 상사화로 백양꽃이 있다. 백양꽃은 조선상사화 또는 조선석산, 고려상사화라고도 하며 진한 붉은색에 가까운 주황색의 꽃이 피고 꽃과 줄기의 크기가 다른 상사화보다는 훨씬 작다. 다른 상사화보다 좀 늦은 8월 말에서 9월 초에 핀다. 백양사에서 처음 발견되어 백양꽃이라 하였다. 숲 속 계곡의 가장자리나 부식질이 많은 비옥한 곳에 많이 사는데 남도의 어느 섬 북사면에 대량으로 피어 장관을 이룬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가을비에 꽃무릇의 붉은빛은 더욱 검붉다. 마음 놓고 셔터를 누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좋다. 눈에 선한 꽃무릇 뒤로하고 귀갓길, 모처럼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 그러나 만날 수 없으니 어쩔거나? 꽃무릇에 대한 그리움 내려놓으니 또 다른 그리움 커지나 보다. 이제 흰상사화만 만나면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상사화는 다 만나보게 되는데 가을이 가기 전에 기회가 있겠지?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데 꽃무릇처럼 기회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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