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남겨두고 온 위도상사화
그리움 남겨두고 온 위도상사화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9.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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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천 년을 기다리는/ 사랑이 있다면/ 만나지 않아도 된다./ 오지 않아도 된다./ 그리움과 기다림/ 그보다 더 아름다운 사랑/ 어디 있으랴/ 어디가 있으랴(상사화 9 정형택)

천 년을 기다린다는 시인이지만 일주일 기다리기도 몸살 나겠다. 위도 상사화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먼저 다녀온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아직 개화가 되지 않아 일주일은 더 기다려야 볼 수 있을 것 같단다. 일주일을 기다려 새벽같이 길을 떠났다. 두어 시간을 달려간 격포항에서 배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 고슴도치를 닮아 생긴 이름이라 커다란 고슴도치 두 마리가 일행을 맞는다.

가져간 차 덕분에 여유 있게 돌아다니며 상사화를 찾았다. 얼마 전 찜통더위 속에 만난 진노랑상사화보다 늦게 피어 조금은 더위가 누그러져 다행이다. 가는 길 밭에 여기저기 심겨져 있는 것이 눈에 띈다. 해수욕장 주변 넓은 공터에 듬성듬성 꽃이 보인다. 작년에 비해 날씨가 덥지 않아 꽃이 피는 시기가 늦어지고 꽃도 많지 않다는 현지인의 말을 들었다. 자생지를 찾아보고 싶지만 위도 전체가 자생지려니 생각하며 꽃을 만났다. 상사화야! 파란 잎은 너를 위해 봄부터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냈단다. 너의 긴 꽃대와 고상한 꽃잎을 위해 온몸을 불살랐단다. 너를 보고 싶은 마음이야 나보다 천배 만배 크지만 너를 위해 아낌없이 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단다. 속으로 큰 꽃잎에 속삭여 본다.

위도상사화는 위도에서만 자생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8월 중하순에 흰색이나 상아색으로 피며 큰 꽃잎과 꽃술이 아름다운 꽃이다. 현지 사람들은 꽃줄기를 데쳐 몸몰이대라는 나물로 먹기도 했단다. 우리에게는 희귀식물이고 특산식물이지만 현지인들에게는 흔한 먹거리일 뿐이었다. 요즘 위도상사화축제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져 여기저기 심겨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 위도에서는 흔하지만 그 가치를 알고 보호를 하고 있으니 다행이다.

점심식사 후 바다가 잘 보이는 언덕배기에 위도상사화의 고운 자태가 눈에 띈다. 한참을 살펴보고 위도상사화에 대한 그림움도 남겨 두고 길을 떠났다. 격포에 도착하여 부안 마실길에 붉노랑상사화길이 있다기에 찾아 나섰다. 위도상사화에 붉노랑상사화까지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그런데 이게 웬 고생(?), 일행과 떨어져 버렸고 휴대폰도 고장이라 가져오지 않았으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일행. 붉노랑상사화는 꽃대만 올라오고 개화는 더 기다려야 한단다. 쉬운 일은 없는 법, 덕분에 또 한 번 꽃 여행을 떠나야겠지?

상사화류는 꽃이 아름다워 원예적 가치가 큰 중요한 식물자원이다. 다른 식물들과 달리 종간 교잡이 쉽게 일어난다. 교잡종은 종자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상사화는 교잡종이 아니더라도 씨를 잘 맺지 못하는데 왜 씨를 맺지 못하며 꽃을 피울까? 비늘줄기로 번식하기에 씨를 맺는 기능이 퇴화한 것일까? 그러면 먼 훗날 아예 꽃을 피우지 않고 번식을 위해 인경으로 모든 영양분이 집중되는 방향으로 진화할까? 아니면 더 아름다운 다양한 꽃을 만들어 사람들이 번식시키도록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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