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이 오면
꽃피는 봄이 오면
  •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 승인 2019.09.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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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강석범 진천 이월중 교감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을 아시나요? 벌써 15년 전 개봉영화로 당시 상업적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해 대중적 인지도는 크지 않았지만 오늘날 국민배우라 부르는 최민식의 색다른 연기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트럼펫 연주자인 주인공(최민식)이 강원도 도계중학교 관악부 임시교사로 부임하면서 시골학교 아이들의 음악적 열정에 감동해 그들을 돕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서 도계중 관악부는 낡은 악기, 찢어진 악보, 색 바랜 트로피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전국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면 강제 해산해야만 하는 위기 상태였지만, 주인공은 아이들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며 꽃피는 봄을 기다립니다.

충북에서도 음악으로 치열하게 `꽃피는 봄'을 만들어내고 있는, 예쁘고 아담한 시골학교 학생들이 있어 이야기에 담아봅니다.

전교생 96명의 시골중학교인 진천 이월중학교 `장양 윈드오케스트라' 이야기입니다. 전교생의 약 40% 가까운 37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는 2015년 30명으로 출발해서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 생전 처음 악기를 만져보는 학생들은 5개 영역 파트별 외부강사로부터 매주 2회씩 방과 후 수업으로 악기를 배우며 익히고 있습니다. 2, 3학년 중에는 자신의 덩치보다 훨씬 큰 테너 색소폰을 비스듬히 둘러메고 프로연주자 모습을 흉내 내며 연주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방학 때는 관악캠프를 통해 선생님들과 합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기도 합니다. 또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중학교까지 한걸음에 달려와 이 아이들을 열성적으로 지도해주는 강사 선생님들과 지휘봉을 들고 아이들의 눈빛까지 읽어내려는 지도교사의 역동적인 모습은 영락없는 영화 속 최민식입니다.

영화 속 도계중학교처럼 찢어진 악보와 낡은 악기는 아니지만 이월중학교도 영화에서처럼 현실적으로 비슷한 과제가 발생합니다. 그동안 교육청과 지자체의 교육경비 지원으로 관악부를 유지해오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예산은 결과를 떠나 항상 불안함과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예산 부족으로 다른 학교 관악부에서 쓰던 악기를 받아 부족한 구성을 채우기도 하고, 자주 고장 나는 `튜바'를 비롯한 필수 악기들은 근처 도심 청주를 수시로 드나들며 수리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이월중학교 관악부는 작은 기적의 결과를 계속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전국 규모 관악제인 대한민국관악경연대회에서 2017~2019년까지 3년 연속 은상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올렸습니다. 37명의 당찬 소리와 화음으로 100여명으로 구성된 경쟁팀 관악부의 웅장함을 이겨낸 쾌거입니다. 이처럼 멋들어진 아이들은 지금 당장 상급학교에 진학해 음악을 전공한다거나 하는 지속가능한 꿈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습니다. 하지만 피아니스트 조성진 못지않은 멋진 음악가이며, 자신의 악기를 가장 사랑하는 진정한 음악가이기도 합니다.

영화 속 도계중 아이들처럼 이들은 하루하루가 행복합니다. 언젠가는 이월중학교 오케스트라실에 전국대회 우승 트로피를 가져다 놓겠다는 당찬 꿈을 갖고 오늘도 현기증 나도록 트럼펫을 불어댑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선생님 다음 우승은 우리 차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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