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의 광복군 제2지대 유적지를 다녀와서
시안의 광복군 제2지대 유적지를 다녀와서
  •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 승인 2019.09.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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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역사기행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김명철 청주 현도중 교장

 

역사교사로 30여 년을 살아온 친구들이 지난여름 방학에 의미 있는 여행을 다녀왔다. 치열했던 현대사의 한가운데서 대학 80학번 신입생으로 역사를 공부하며 시대를 아파했던 젊은 청년들…그래서 도망치듯 군대를 갔다. 복학을 하고 졸업을 하여 30여년, 어느 듯 60살이 되어버린 청춘들이 다시 뭉쳐서 의미 있는 답사 여행을 다녀온 것이다.

평생을 역사교사로 살아온 동기생 8명이 부부 동반으로 대학 시절 답사를 가듯 설레는 마음으로 답사 자료집을 만들어서 시안으로 여행을 떠났다. 실크로드의 시작지, 진시황릉, 병마용갱, 대명궁 유적지, 시안성벽, 화청지 등 다양한 볼거리 먹거리들이 우리를 즐겁게 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기억에 남는 유적지는 역시 독립운동 유적지였다.

시안을 남쪽으로 둘러싸고 있는 종남산 아래 한적한 마을 두곡촌! 시안 시내에서 20㎞ 정도 떨어진 시골 마을을 찾아서 달려갔다. 광복군제2지대본부와 훈련장을 찾아간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관광객들조차 외면하여 방문객이 거의 없다는 관계자의 설명에 부끄러움으로 얼굴을 들 수 없었다. 사실 우리 일행들도 여행을 추진하면서 이곳 `광복군제2지대본부 유적지'는 별도로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서 찾아왔다. 정식 여행 코스에는 없는 장소인 것이다.

당시 건물도, 그 어떤 역사적인 흔적도 없이 2014년에 세운 `광복군제2지대본부 표지석'과 비각만이 당시 광복군의 우렁찬 함성을 품은 듯 우뚝 서 있었다. 특히 미군과 함께 국내진공작전을 준비했던 OSS훈련장은 가까이 가보지도 못했다. 기술학교 교문이 얼마나 답답하게 가로막고 있는지 지금의 우리 한국의 외교 현실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멀리서 바라보는 훈련장의 한쪽 구석에서는 무성한 초목들만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부르짖는 듯하다. 어렵게 조씨 성을 쓰는 광복군 후손의 며느리를 만나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날씨가 무척 더워 식사를 마치고 수박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축주석은 놀란 듯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중경에서 무슨 소식이 있나 보다고 전화실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뛰어나오며, “왜적이 항복을 한답니다”한다. 그것은 내게 기쁜 소식이라기보다 차라리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듯한 일이었다. 몇 년 동안 고생하면서 참전을 준비한 것도 모두 허사가 되고 말았다.'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내용이다. 74년 전 중국의 시안에서 한국광복군 제2지대가 미군 OSS와 연합하여 국내진공작전을 은밀하게 준비하고 있었다. 김구 주석이 계획을 한번 실행해 보지도 못하고 왜적이 항복을 했으니 아깝기도 하고, 앞으로 닥칠 일이 걱정되어 한탄하는 내용이다. 김구 선생의 이러한 염려는 현실이 되어 분단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그리고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의 진정한 광복은 통일된 한국이고, 온 국민이 하나 된 문화국가가 되어 세계 속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요즘 참 나라가 걱정스럽다. 그러나 이 정도의 어려움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나라다. 100년 전의 한국이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이 한마음 되는 것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있다. 어려울 때 하나 되는 저력을 보여주자! 기적을 만드는 우리의 힘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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