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백과사전
귀신 백과사전
  •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 승인 2019.09.09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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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말하는 행복한 책읽기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민은숙 청주 동주초 사서교사

 

저학년 자녀를 둔 보호자라면 만화 `신비아파트'이야기는 한 번 들어보셨지 싶다. 최근에 드라마 `호텔 델루나'를 보면서 귀신 변장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내가 어렸을 적에도 여러 괴담 이야기를 즐겁게 봤던 기억이 있다. 용돈을 모아서 괴담 책을 샀던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 참 읽고 싶었었지 하는 생각이 났다. 그러니 아이들에게도 적절하고 재밌게, 그래도 너무 해롭지 않은 걸 고르고 싶어서 이것저것 읽으며 책을 골라 봤다.

그런데 막상 이거다 싶은 이야기가 영 없는 게 사실이다. 애들 읽는 공포 만화책 한 번 봤다가 내가 식겁했다. 삽화가 왜 이리 무섭던지. 아…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도서`귀신 백과사전'(이현 글·푸른숲주니어) 책이다.

첫머리부터 귀엽다. `씻나락 테스트'. 관용어로 쓰이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의 그 씻나락이다. `신과 함께'저승편에서 그려지는 저승 이야기, 가택신(가신) 이야기가 있다. 신화 이야기가 있다. 뱀머리, 뱀발이라는 우리말로 표현하려 한 시도가 재미있다.

원귀, 호국신, 조상신, 사랑귀, 보은귀, 동물귀, 마마신, 가신, 손각시, 몽달귀, 객귀, 여귀…알고 있는 것도 모르는 것도 있는데, 여러 가지의 우리 귀신 이야기를 읽는 맛이 있다. 역사 이야기와 연관되는 이야기도 있다.

뱀파이어나 강시라던가 이야기의 소재를 삼은 작품들은 알고 있는데,`신과 함께'나 드라마 `도깨비'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 귀신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별반 없어서 책들을 보면서 왠지 반갑다. 양괭이나 도깨비나, 우리 귀신은 사람에게 크게 해를 주지 않으면서 친근한 우리나라 괴담 이야기가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귀신은 피를 빠는 뱀파이어나 사람을 해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어리숙해서 안타까운 혹부리 할아버지에 나오는 도깨비 이야기라던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한을 풀고 가는 그런 이야기가 많다. 다른 나라 괴담처럼 잔인한 이야기가 아니라 좋다.

그러고 보니 이 `귀신 백과사전'의 이야기 출처가 `삼국유사', `천예록'등이다. 가볍게 백 년 이상은 된 이야기들이다. 옛날부터 이렇게 귀신 이야기는 좋아했지 싶다.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1897년 작품이다. 이렇게 귀신, 괴담 이야기가 옛날부터 전해져 이어 내려오는 걸 보니 내가 지금 아무리 말려봤자 애들 읽는 건 말릴 수가 없고, 그나마 덜 해로운 것을 열심히 골라 주는 것밖엔 없는 듯싶다. `신비아파트 추리괴담백과'(미라큘라·서울문화사)도 그나마 아이들 읽고 있던 작은 딱지책보다는 낫더라. `오싹오싹 흥미진진 요괴백과'(김세원·종이책)도 학교에 있는 책이다. `여우 누이'(김성민·사계절)도 괴담 찾는 애들에게 권해준다. 그리고 또 신청도서 란에 무서운 이야기 읽고 싶다는 희망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한다.

아마 각 가정에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거 같다. 아이들끼리 몰래몰래 돌려 읽는 이야기가 그나마 덜 잔인하고, 조금은 교훈 있는 이야기였으면 좋으련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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