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트로 들어가는 코브라
게이트로 들어가는 코브라
  •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 승인 2019.08.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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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전영순 문학평론가·칼럼니스트

 

요즘 한국 정세를 보면 금세기 현대판 신화를 쓰기 위해 게이트로 들어가는 코브라 같다. 여기서 게이트는 닉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단이 민주당 본부인 워터게이트빌딩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하다가 발각된 사건, `워터게이트'사건에서 빌려온 말이고, 코브라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았는데 오히려 그 문제가 악화되는 현상, `코브라 효과'에서 차용한 말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정권의 부정, 탈세, 선거방해 등 온갖 술수가 밝혀지면서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다. 엄청난 정치적 비리 사건이 터지는 현상을 워터게이트 사건에 빗대어 00 게이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정부 때 최순실 게이트가 있었다. 다음은 어떤 게이트가 기다리고 있을까?

코브라 효과는 영국이 인도를 지배할 때 코브라에게 물려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많아 코브라를 잡아 오면 보상금을 준다고 하자 많은 사람이 코브라를 잡아 보상금을 받았다. 코브라가 줄어들자 인명피해도 줄어들어 정책이 성공적으로 보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의문에 휩싸인다. 급기야 조사해보니 코브라를 힘들게 잡는 것이 아니라 코브라 농장에서 사육해 보상금을 받아가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코브라 보상금 제도는 폐지되고 사람들은 쓸모없어진 코브라를 야산에 무단으로 버려 더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다. 우리는 어떤 결과가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결정을 내리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반대의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근에 이슈화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화젯거리, 또한 예상치 못한 일이다.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정의로운 사회구현을 외치던 7080세대가 지금 이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 기성세대이다. 진실의 실체는 시간이 지나면 밝혀지겠지만, 지금이야말로 기성세대들이 힘을 모아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할 절호의 기회이다. 여론에 의해 증거물이 드러나는 정황을 볼 때, 국민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 식구 챙겨야 할 문제가 아니다. 부정과 부패, 비리로 물든 부조리의 본질에서 해결책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두둔하고 나오는 국민의 기이한 현상, 후대에 어떻게 기록될까?

특정한 기득권자들을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어 미꾸라지처럼 피해 가는 법도 도덕과 윤리에 부합하는 정의 앞에는 깨갱이다. 부정, 부패, 비리는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 국가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모두 해결해나가야 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문제다. 천일야화도 아니고 자고 나면 하나씩 덧붙는 이야기는 어디에서 멈출지, 또 이 사건을 검찰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자못 궁금하다. “선은 미숙하고, 악은 성숙해, 성숙한 선이 악이 되거든.” “색깔 없는 놈은 무능하고, 색깔 바꾸는 놈은 유능하고, 한 색깔만 고집하는 사람은 저능하다.” 영화 “나쁜 녀석들 2”에 나오는 대사가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하다. 선은 선을 낳고 악은 악을 낳고, 복수는 복수를 낳고, 원수는 원수를 낳으며 자신의 꼬리를 물고 저글링 하는 우로보로스, 자신이 자신을 잡아먹는 기이한 현상. 얄팍한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

`왜 인간은 참된 인간으로 나아가지 않고, 새로운 야만 상태로 몰락해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반문과 긍정적 요소를 빼고 모순의 원리를 비판하며 성찰한 아도르노의 부정변증법이 고개를 드는 시대. 과거부터 진보적 사상이라고 일컫는 계몽사상이 이 시대 정치가나 일반인들이 반복해서 범하고 있는 부조리와 비리, 살인사건, 폭행 사건으로 이어지는 경계성 성격장애를 나은 것은 아닐까? 눈앞에 뻔히 보이는 正과 不의 경계성 장애를 앓고 있는 현대인이야말로 후안무치(厚顔無恥) 게이트로 가는 코브라가 아닐까? 가을이라고 햇살은 공평하게 내려 이웃에 나눠주고 나뭇잎은 양심적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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