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
  •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 승인 2019.08.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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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흐트러짐 없는 대형과 팔 뻗는 각도 하나까지 일치하는 `칼 군무'는 어느덧 우리나라 K-pop의 상징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칼군무는 그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감동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칼군무를 기본으로 그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대중에게 얼마나 진실하게 다가갈 수 있느냐에 따라 감동의 크기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은 K-pop의 칼군무와는 다른 그러나 그들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 클래식 군무를 소개합니다.

지난달 12일 교육문화원 대공연장에서 발표된 충북예술고 무용과 정기발표회 중 현대무용 군무 `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는 가슴 먹먹한 한 편의 드라마였습니다. 이 작품은 박정미 교사(충북예고, 충북무용협회 수석부회장)의 안무로 김예림 외 14명의 무용과 학생이 군무로 무대에 올린 작품입니다. 올해 3.1운동 100주년 기념의 해를 맞아 모두가 아는 `그날'을 현대무용의 몸짓언어로 되새겨 보고자 하는 작품입니다.

군무(群舞)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크고 다양할수록 무용수 개인과 전체의 호흡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번 무대에 올린 `그날의 함성'은 100년 전 3.1운동과 일본 탄압에 대한 우리 민족의 저항에 관한 메시지입니다. 다양한 인물의 성격을 몸으로 연기해야 하는 무용수들은 1919년 3월 1일, 그날의 감정에 완벽히 몰입한 상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습니다. 그날의 이야기는 우리 민족 모두에게 유전적 아픔처럼 전해 오는 내 나라의 이야기이며, 잊을 수도 또 잊어서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날의 함성은 그저 춤 공연이 아니었습니다. 무대 위에서 그들은 연기자였습니다. 손짓, 몸짓으로 때론 몸부림으로 달리고 넘고, 마침내 영혼까지 넘어서 100년의 시간을, 아픔을 전해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무대 위 그들은 100년 전 순국선열이었으며, 항일투쟁의 몸부림이었습니다. 기막힌 건 100년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무대 위에서 고스란히 그날의 아픔을 실제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런 몸짓언어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관객들은 그들의 쓰러짐과 주검에 울분을 삼키며 기미년 그날 그 현장과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무대 위에는 유관순 열사, 안중근의사, 김구 선생님을 비롯해 수많은 우리 민족 백성의 피와 눈물과 환희가 뒤엉켜 있었습니다. 숨 막힐 듯 고요한 객석은 그들의 연기가 끝날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연기자와 관객이 하나 되어 장시간 몰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공연을 위한 연습량과 학생들의 혼신을 다한 연기의 힘이었습니다.

그들이 넘어지고 쓰러지고 마지막으로 다시 일어나 대한민국 만세를 외칠 때 그곳은 기미년 3월1일 그곳이었습니다. 마치 대한민국의 독립을 축복하듯 하늘에서 뿌려지는 꽃가루와 함께 무대에서 객석에서 모두 하나 되어 외칩니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잘 알고 지내던 여선생이 공연 후 눈이 붉게 충혈되어 쑥스러운 듯 제게 말을 건넸습니다. “선생님 제가 무용공연을 보고 이렇게 펑펑 울다니요~” 오늘 정말 대한민국 만세이지 않습니까?

`그날의 함성을 기억합니다'는 오는 27일 그랜드플라자청주호텔에서 여성가족부 주관, 제19회 세계 한민족 여성 네트워크 대회 개회식 초청 공연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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