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에스파냐 1 - 가우디의 발자취를 찾아서
올라, 에스파냐 1 - 가우디의 발자취를 찾아서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8.04 2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약 13시간을 비행기 좁은 좌석 안에서 몸을 조이면서 가는 시간은 그나마 견딜만하다. 가우디 건축물을 본다는 동경과 기대가 있으니 말이다. 가자마자 힘든 여정의 짐을 숙소에서 풀고 시차 때문에 새벽 3시쯤 잠에서 깨어 아침을 맞이하였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스페인 동북부에 위치한 카탈루냐 지방을 여행했다. 그중에 몬세라트와 바르셀로나의 가우디 건축을 소개하고자 한다.

몬세라트산은 가우디 건축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자연물이다. `톱니 모양의 산'이란 뜻의 몬세라트는 울룩불룩한 바위산이 인상적이다. 880년 산속의 동굴에서 동정녀 마리아상이 발견되었고, 현재 베네딕트파 수도원과 검은 성모상이 있다. 세로로 큼지막하게 서 있는 돌의 형상이 마치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어 장관이다.

가우디가 빛을 발한 곳은 바르셀로나(Barcelona)이다.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1852~1926)는 전통을 거부하고 자연에서 그 형태의 영감을 얻은 조각적인 건축과 다양한 색깔의 모자이크와 타일의 사용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구엘 공원, 카사 바트요, 카사 밀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있으며 특징은 건축물이 곡선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경제적 후원자였던 구엘이 부유층을 위한 집을 지으며 공원으로 활용하고자 만들었으나, 상업적으로는 실패했고 결국 구엘의 후손들이 이곳을 운영하는 조건으로 바르셀로나 시에 양도되었다. 야자수 모양의 기둥과 동화 속에 온 듯 과자 모양의 집과 도마뱀의 형상, 그리고 인체에 맞게 설계된 공원 의자가 인상적이다. 빗물을 기둥을 통하여 받아들인 뒤 도마뱀의 입으로 나오게 하는 등의 과학적 설계도 놀랍기만 하다.

까사 밀라는 일직선과 사각형 등 고정화된 기존 건축을 벗어나 마치 물결처럼 곡선을 이룬 건축물이다. 투구 모양의 굴뚝은 스타워즈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까사 밀라와 까사 바트요는 외관만 구경해 아쉬움이 남았다.

1882년 공사를 시작하여 아직도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은 원래 200년을 지을 계획으로 설계한 것인데, 가우디가 죽은 지 100년이 되는 2026년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동쪽에서는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벽화로 장식한 `예수 탄생'의 파사드, 서쪽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예수를 묘사한 `수난' 파사드, 그리고 정문에서는 어떻게 인간이 신의 영광을 찬미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광' 파사드를 볼 수 있으며, 3개의 파사드에는 옥수수 모양의 4개의 종탑이 있는데 12사도를 의미한다. 수난의 파사드는 가우디가 죽은 이후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 건축가에 의해 1976년 완성되었다고 한다. 내부 기둥은 나무와 나뭇가지가 연상되는 구조로 만들었으며 자연 채광을 이용한 창문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내부에 세계 각국의 언어로 쓴 주기도문이 있는데 한글도 눈에 뜨여 반가웠다.

`모든 것이 자연이라는 한 권의 위대한 책으로부터 나온다. 인간의 작품은 이미 인쇄된 책이다.'라고 한 가우디의 말이 그의 작품 속에 속속들이 배어 나온다. 건축물의 조각상만 보아도 성경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그야말로 한 권의 성서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