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여름밤을 재우는 조지 거슈윈의 ‘Summer time’
나른한 여름밤을 재우는 조지 거슈윈의 ‘Summer time’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9.07.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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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장마가 끝나고 낮이나 밤이나 폭염으로 세상 모두를 지치게 하는 뜨거운 여름날이다. 특히 밤이면 열대야로 밤새 잠 못 이루어 힘든 아침을 맞이하는 요즘은 여름 음악을 들으며 저녁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름밤이면 재즈 트럼펫으로 들려오는 조지 거슈윈의 `summer time'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summer time'은 오페라`포기와 베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이다. 1막에서 어부 제이크의 아내인 클라라는 아기를 재우면서 `섬머 타임'을 부른다. `섬머 타임'은 기교적이지는 않지만, 자장가인 만큼 서정적인 선율을 지녔으며 오페라의 아리아에 해당하는 부분이라 볼 수 있다.

이 곡은 2막 끝과 3막에 다시 등장하여, 나른한 여름날의 분위기에 흑인 특유의 우울함을 음악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실제 흑인들의 삶과는 대조적인 아름답고 희망적인 가사의 내용이 애잔한 슬픔을 더하여 준다. 훗날 이 작품은 트럼펫 연주자이자 가수로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의 연주에 재즈의 전설 빌리 홀리데이가 노래를 해 엄청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섬머 타임'의 작곡가인 미국의 조지 거슈윈(1898~1937)은 재즈를 비롯한 미국 음악을 수준 높은 예술음악의 경지로 올려놓은 작곡가이다. 거슈윈은 재즈와 클래식을 결합한 작품을 다수 작곡해 젊은 나이에 유명세와 부를 거머쥔 세계적인 천재 작곡가였다. 조지 거슈윈은 1898년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유대인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살 무렵 친구가 바이올린을 켜는 것을 보고 음악의 매력을 알게 된 그는 12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서양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지만, 집에 있을 때 거슈윈이 즐겨 연주하던 음악은 평소에 즐겨 듣던 미국 대중음악이었다. 이런 그가 클래식 음악계를 포함한 세계 음악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24년에 발표한 `랩소디 인 블루(Rhapsody in Blue)'때문이다.

1924년, 스트라빈스키를 비롯한 음악계의 거장들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초연된 `랩소디 인 블루'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주가 끝났을 때, 사람들은 재즈와 클래식을 성공적으로 결합시킨 이 곡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관중은 이제야 미국인도 미국적인 음악을 갖게 되었다고 열광했다.

재즈를 귀부인으로 격상시켰다는 평을 들은 `랩소디 인 블루'는 그때까지 일개 유행가 작곡가에 불과했던 거슈윈을 미국 음악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부상시켰다.

`랩소디 인 블루'는 클라리넷의 저음으로 트릴로부터 시작하여 두 옥타브를 약간 넘는 사이렌 소리처럼 높은음의 찢어질 듯한 목관의 소리로 시작되어 미국의 통속적인 멜로디로 어우러지는 20세기 최고의 피아노 협주곡이다. 피아노 협주곡이지만 클라리넷의 멋진 연주로 더 유명한 재즈와 클래식을 아우르는 아름다운 연주곡이다.

장마가 지나고 간 여름날이라 그런지 낮이나, 밤이나 펄펄 끓는다. 이런 지루한 날일수록 친구나 가족 간에 짜증보다는 자장가적인 어머니의 품속 같은 음악을 들으며 즐거웠던 추억을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이 날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 나른한 여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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