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
숨바꼭질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7.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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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오늘 오후엔 탈출한 토끼를 쫓아다니느라 땀 꽤 흘렸다. 한 발짝을 쫓아가면 한 발짝 도망가고, 두 발짝을 쫓아가면 그 거리만큼 깡충깡충 달아나니 여간 약이 오르는 게 아니었다. 고구마 덩굴로 숨으면 도시 찾을 길이 없다. 가만히 기다리다 보면 고구마 싹이 흔들린다. 토끼는 그곳에 숨어서 여유롭게 고구마 잎을 먹고 있었다. 간신히 고구마밭에서 몰아내면 이번엔 고추밭으로 달아난다. 고추밭은 고구마밭과는 달리 이랑이 훤히 트여 찾기가 쉽다. 그렇지만, 눈앞에 두고도 잡기 힘든 것은 고추가 넘어지지 않도록 말뚝을 박고 끈을 매어 놓았으니 내 다리 길이로는 이랑을 넘을 수가 없었다. 결국 토끼장에 잡아넣지 못하고 숨바꼭질만 하다가 날이 저물고 말았다.

며칠 동안 지속하던 장맛비가 그치고 맑고 푸르던 하늘을 드러내더니 밤엔 맑은 밤하늘에 반달이 떠올랐다. 누구나 한 번쯤 엄마나 언니 동생, 혹은 친구와 손바닥을 맞부딪치며 불렀을 노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고 방아를 찧는 토끼가 있다는 상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구에서 보면 언제 어디서 달을 봐도 계수나무와 방아 찧는 토끼가 보이니 이런 동요가 나왔으리라.

1969년도쯤인가? 암스트롱이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타고 최초로 달 탐사를 하면서 달에는 토끼도 계수나무도 없었음이 밝혀졌으니 이 아름다운 노래도 아이들에게 꿈을 주지 못하게 되었다. 사실은 1957년에 세계최초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은 소련의 `스푸트니크1호였고, 그 후 1961년에 유리 가가린이 유인 우주비행에 성공했었다. 달 착륙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암스트롱이 한 `한사람에겐 작은 발걸음이겠지만 인류에겐 위대한 도약'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1972년에 달 탐사를 중단했던 미국. 그런데 지난 5월에 트럼프대통령은 `나사의 위대함을 되찾고 달에 되돌아가려고 한다.'며 내년 NA SA에 16억 달러(한화 1조 9천억 원)예산증액을 요청했다. 이것은 달에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보다는 중국에 밀리지 않고 달 탐사의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의지라 할 수 있다. 우주개발의 후발주자인 중국이 갑자기 군사 열병식에서 탱크가 수 센티미터의 간격을 유지하면서 운행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트럼프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었다.

탱크가 종과 횡을 맞춰 일정간격으로 운행하였던 것은 베이더우(北斗)라는 GPS를 이용하였던 것이었는데, 중국은 GPS를 자체개발 운용하기 시작했고, 이는 바로 위성을 활용한 것이었다. 중국은 전 세계의 움직임을 위성을 통하여 꿰뚫어 봄으로서 군사적 우의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대통령이 놀랐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달에는 놀라운 광물자원이 묻혀 있다. 광물 중엔 헬륨3, 희토류, 우라늄 등이 매장되어 있다. 이 가운데 지구에는 거의 없는 헬륨3가 다량 묻혀 있다. 1톤당 약 6조원의 가치를 지닌 헬륨3가 100만 톤이나 된다. 이걸로 지구에너지 수요로 최소 200년 동안 충족할 수 있는 양이다. 처음에 달에 대한 발견, 개발 쪽이었으나 이제는 상업화이고 또 관광사업인데 2023년에 달 여행 최초 민간인 승객으로 일본의 억만장자 `마에자와 유사쿠'가 신청해 이슈가 되었으니 앞으로는 우주여행사업이 번성할 시대가 올 것 같다.

달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무엇보다도 각국의 군사적 기술로 현대전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위성 정찰능력 때문이다. 로켓 기술과 미사일기술은 밀접하여 별 차이가 없다. 우주에 보내놓은 위성으로 먼저 차지할 수 있다는 이점. 뛰어난 우주기술을 가진 자가 세계 패권전쟁에 승리할 것이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다. 계수나무도 토끼도 아닌 엄청난 광물이 묻혀 있는 달과 우주의 정복자가 세계패권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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