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가꾸기
내면 가꾸기
  •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 승인 2019.07.2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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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이수한 신부 음성 매괴여중·고 교장

 

팔자에도 없던 교장이 되어 이 학교에 부임한 지 어느새 2년이 되어간다. 학생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자는 마음으로 가끔 만남의 자리를 갖곤 한다. 학교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의견을 내라 하면 학습여건 개선 등의 요구가 아니라 규정 그 가운데서도 화장, 머리, 교복, 장신구 등에 대한 규정완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학생 신분에 벗어나지 않을 만큼만 하라 하면 교장 선생님도 학생다움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며 따진다.

너희 때는 그냥도 예뻐라 말해 봐야 그저 늙은 꼰대의 입바른 소리로밖에 여기지 않는다. 하얀 얼굴에 빨간 입술의 중학생들에게 너희는 점심 먹으러 가면서도 화장을 하니 했더니 고등학교 오빠들 있는데 어떻게 그냥 가느냐 되묻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편 이해가 된다.

요즈음 나이가 들었다 하면 건방지다 하겠지만 60이 가깝다 보니 검버섯 비슷한 잡티도 많이 생겨나고 주름도 깊어진다. 한번 찾아오라는 친한 의사의 꼬임에 넘어가 보기 흉한 얼굴의 점들을 제거하는 시술을 받았던 적이 있다. 신부인 나도 그런데 생각하니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백번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사실 타인에게 젊고 멋있고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겠다. 우리가 일어나서 밖에 나가기 전에 얼굴 닦는 일부터 하는 것이 그 반증이 아닌가 싶다. 목욕 시설이 발달하지 않아 명절이 되어야만 한번 몸을 씻었던 어린 시절에도 얼음물에 세수는 했었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사실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외모를 가꾸는 일에 신경 쓰는 것을 뭐라 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자신을 가꾼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 문제일 수도 있다. 다만 외모를 가꾸고자 하는 노력만큼 내면의 가꿈에도 정성을 들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라 하겠다.

잘 가꾼 외모에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학생들을 볼 때 참 안타깝다. 내면의 모습은 화장으로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행위를 보면 존재를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우리 내면을 가꾸는 화장이요 이를 통해 우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웃에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잘 가꾼 외모와 더불어 잘 가꾼 내면의 화장을 기대하는 것은 교장인 나만의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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