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을 서시오~
줄을 서시오~
  •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 승인 2019.07.1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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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강석범 청주 산남고 교사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관심 있는 미술작품 전시회는 누가 뭐래도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 작품전일 것입니다. 수영장 시리즈로 유명한 데이비드 호크니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술가이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알려졌습니다. 2018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그림 `예술가의 자화상'이 1020억에 낙찰되었고, 이 작품가는 당시 현존작가 최고 기록이었습니다.

얼마 전 충북 미술 교과 연구회소속 미술교사들이 오랜만에 예술교육 워크숍 일정으로 서울 시립미술관과 덕수궁을 다녀왔습니다. 워크숍의 가장 중심에 데이비드 호크니 관람 일정도 있었습니다. 서울 지하철에서 목적지를 두 정거장이나 지나기도 하며 물어물어 시립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유명한 작가의 전시는 언제나 그렇듯 입장권 구매부터 줄을 서기 시작합니다. 입구로 들어서 2층으로 올라가니, 호크니 특별전시장을 들어가기 위해 지그재그로 길게 늘어선 관람객이 가장 먼저 우리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마치 여름철 성수기 공항 여행객의 모습처럼. 순간 가슴이 탁 막혔습니다. `내가 작품을 보러 온 것인지, 작품 보러 온 사람을 보러 온 것인지…' 한참을 기다리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컴컴한 갤러리 안의 모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차례로 줄지어 선 관람객들 때문에 빨리 갈 수도 없고 또 늦게 갈 수도 없습니다. 그냥 흐름대로 가면서 일정한 속도로 작품을 봅니다. 좋은 작품 앞에 더 머물 수도 없고, 작품을 건너뛸 수도 없습니다. 앞뒤 관람객들과 한 무리가 되어 같은 목적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갑니다.

20여 년 전 네덜란드 반고흐 미술관에 찾았을 때의 기억입니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소문난 미술관이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그 미술관이 재밌었던 것은, 미술관 관람객 수를 일정하게 조정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최상의 작품 감상을 위해 미술관에 기준 이상 인원을 초과해 입장시키지 않고 있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하루 종일 기다리다 도저히 안돼서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줄을 서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참 부러웠습니다. 반고흐라는 유명한 미술가를 가진 네덜란드는 매일 매일 미술관이 관람객들로 넘쳐납니다. 쾌적한 관람을 위한 명분으로 일정수준 인원을 통제하는 모습에 슬쩍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지만 그 필요성은 충분히 공감했습니다.

당일 호크니 전시가 열리고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1층에는 우리나라 유명 전위무용가의 설치작품이 전시되고 마침 작가의 현장 퍼포먼스도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2, 3층 호크니 작품을 본 관객 대부분은 1층 전시장에 내려와 `이건 뭐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삐쭉이 내밀고 대충 눈으로 쓱~ 둘러봅니다. 그리곤 호크니 기념품 판매장에 들러 엽서 몇 장 사들고 미술관 밖을 나섭니다.

이번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전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 작품전에도 이렇게 줄 서는 모습을 많이 보았으면. 그리고 자꾸 보아줘 유명한 작가를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그래서 반고흐 미술관처럼 관람객을 통제하는 세련된 미술관이 넘쳐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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