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동거
아름다운 동거
  • 반영호 시인
  • 승인 2019.07.11 1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時 論
반영호 시인
반영호 시인

 

손녀를 위하여 토끼장을 지어주긴 했는데 달랑 한 쌍만 넣었더니 토끼장이 너무 썰렁했다. 하긴 3층으로 지었으니 크긴 컸다. 궁리 끝에 닭을 함께 기르기로 하고 장날 병아리로 토종 장닭, 청계, 백봉오골계를 사다 넣었다. 곧 자리싸움이 벌어질 줄 알았는데 내 걱정과는 반대로 아무 상황도 벌어지지 않았다. 먹이를 던져주면 토끼와 닭이 우르르 몰려들어 함께 먹는다. 전혀 다른 종족인데 어쩜 저렇게 사이가 좋을 수 있을까 오히려 의아스럽기만 했다.

덕진공원 인근에 있는 사육장에/토끼와 닭이 살고 있다.//하늘을 자유로이 날아가는 바람 속에/토끼는 한가로이 풀을 뜯고/닭은 그늘에서 깃털 고르기가 한창이다.//토끼와 닭은 먹이를 다투지 않고/잠자리를 다투지 않고/한 점 우분투의 동심이/야광주처럼 밝게 빛나며//평화롭게 살고 있다.//

최기완이 쓴 동시로 토끼와 닭이 사이좋게 살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놓았다.

짐승은 야수의 그 본성은 죽일 수도 없고 또 짐승은 애정도 특이하다. 타 종과도 애정은 사람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다. 고양이와 오리, 개와 닭, 토끼와 살쾡이, 포범과 임팔라, 사자와 멧돼지새끼,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야성은 아무리 같은 종이라도 보고 만나면 나중에 어찌 될지 몰라 완전 제거한다.

사자는 아무리 자기가 거느린 암사자의 새끼라도 자기 새끼가 확실하지 않으면 전원 몰살시킨다. 한 마리도 살려 두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의 영역 안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종이 다르면 어찌 될까 들짐승들은 타 종이라면 자기의 배를 채우기 위해서 잡아먹는다. 남은 것은 후일로 기약하여 남겨 둔다. 사람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은 짐승들은 탐욕이 극하여 보는 족족 싹쓸이 다 죽인다.?

달 속의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는다는 토끼와 아침마다 잠을 깨워준다는 부지런한 닭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궁합이 잘 맞는 관계인가보다. 꿩과에 속하는 닭은 사람과 함께 한지가 3~4천 년이 되고,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키우기 시작했으며 달걀과 고기를 얻고자 길러졌다. 또한, 초식동물인 토끼는 맹장에서 주로 소화를 시키는 대장소화동물로 토끼의 맹장은 우리의 위장에 10배가 넘게 길며 소화 기관의 40%를 맹장에서 소화시킨다.

토끼는 자신이 눈 똥을 다시 주워 먹는다. 단단한 똥과 묽은 똥, 두 가지 똥을 누는데 묽은 똥을 먹는 이유는 대장에서 흡수하지 못한 양분을 또다시 먹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대체 태어나서 몇 년을 살까. 생쥐의 수명이 3년인데 비해 토끼의 수명은 13년, 닭은 30년을 산다고 한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옛 어른들은 닭을 키우다 보면 죽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토끼와 함께 키우면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셨다. 말씀인즉슨 토끼의 오줌이 닭의 질병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AI라던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까지 토끼 오줌이 물리칠 수 있을는지 지켜볼 일이다.

마땅 곳이 없어 마당에 토끼장을 설치했으나 너무 비좁거니와 냄새 때문에 토끼와 닭을 기르는 장소로는 적절치 못하다는 판단이 섰다. 손녀는 마냥 좋아했으나 이웃을 봐서라도 욕심이다 싶어 농장으로 이주시키기로 했다. 토끼와 닭이 한데 어울려 사는 진풍경. 농장은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이긴 하지만 매일 손녀를 데리고 토끼와 닭이 있는 농장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운 수고는 감내해야만 한다. 토끼와 닭이 함께 어울려 사는 농원의 풍경이 참으로 아름다우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