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모리아의 경음악을 들으며
폴모리아의 경음악을 들으며
  •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 승인 2019.07.1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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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이현호 청주대성초 교장

 

여름이 한층 짙어지는 7월의 오후 퇴근길 차 안에서 듣는 음악은 달콤하다. 여름만 되면 유난히 좋아하는 경음악들이 있다. 1970년대 초반 중학교 2학년 무렵 충주의 어느 레코드점 앞을 지나다 우연히 들은 음악은 신선함과 선율의 아름다움으로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집으로 돌아온 후로도 4마디 정도의 멋진 멜로디가 머릿속을 맴돌고 심지어 허밍을 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음반을 산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맴도는 그 음악은 버릴 수 없어 어머니께 학습교재를 산다는 핑계로 200원을 얻어 시내로 달려갔다. 음반가게에 들어가 사장님에게 입으로 외운 멜로디를 들려주며 음반을 달라고 하자 한참을 찾다가 음악을 들려주었다. 지금도 즐겨듣는 경음악 중 가장 좋아하는 `Love is blue'이다. 150원을 주고 산 음반을 집으로 들고 와 수백 번 들은 기억이 난다. 그 음악이 바로 20세기 후반 감미로운 경음악을 연주해 전 세계의 수많은 음악팬을 열광시켰고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폴모리아 악단의 최고의 음악이었다.

폴 모리아(Paul Mauriat)는 프랑스의 작곡가, 편곡가, 지휘자, 피아니스트, 쳄발로 연주자이다. 이지 리스닝(경음악, 무드음악)계의 1인자로 유명하다. 폴 모리아는 프랑스 남부의 마르세유에서 태어났다.

9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1941년 마르세유 국립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후 아마추어 재즈 밴드를 결성하거나 스튜디오 디렉터, 오케스트라 지휘 등의 활동을 하다가 1965년 `폴 모리아 그랜드 오케스트라'를 결성했다. 이어 앙드레 포프의 곡을 편곡해 출시한 1968년 작 `Love Is Blue'는 5주간 미국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했고, 전 세계적으로 대히트하며 세계적인 악단으로 발돋움했다.

그 외에도 여름밤의 세레나데, 토카타, 가방을 든 여인, 비와 눈물, 녹턴 등의 히트곡을 남겼다.

폴 모리아 악단은 그 이전의 경음악단처럼 관악기와 타악기가 주를 이루던 것을 탈피해 대규모의 현을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쳄발로를 사용하여 완전히 이색적인 사운드를 창조해 새 시대의 이지 리스닝 음악의 개척자라고도 불리었다.

특히 브라질의 음악의 영향을 받아 에게해의 진주, 올리브의 목걸이, 시바의 여왕 등 남미풍 음악을 소개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1975년 첫 방한하여 `아리랑'과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연주곡으로 편곡하여 연주해 수많은 한국 팬의 박수를 받았고, 1976년 프랑스에 아리랑을 소개해 이후에 유럽에 아리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많은 색소폰 연주자들이 `가방을 든 여인'을 즐겨 연주한다. 경음악 연주로 전 세계 팬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폴 모리아는 2006년 81세로 프랑스의 페르비뇽에서 세상을 떠났다.

아름다운 음악은 세상 모든 사람의 마음을 소통하는 언어이다. 좋은 음악은 언어, 문화, 역사가 다른 민족들 모두가 좋아하는 공감을 한다. 어려운 경제난과 정치 속에 폴 모리아의 경음악으로 더위를 식히면 소시민의 마음도 한껏 힐링 되리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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