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
불로장생
  •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 승인 2019.07.07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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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는대로 붓가는대로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류충옥 수필가·청주 성화초 행정실장

 

불과 30년 전만 해도 검은색에 반짝반짝 빛이 나는 나전칠기로 된 여러 문양의 장롱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산업디자인이 다양화되면서 언제부터인가 자취를 감추어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런데 일과 후에 이루어지는 자율연수의 기회로 나전칠기를 이용한 액세서리를 만들어 볼 기회가 생겼다. 바다에 사는 전복이 액세서리가 되어 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게 될 줄이야!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을 위해 먹었다고 전해지는 전복은 예로부터 귀하게 대접받아온 주요 수산물 중 하나이다. 전복은 고단백, 저지방 식품으로 영양이 체내에서 잘 흡수되어 회복기의 환자나 노약자를 위한 건강식으로 많이 쓰인다. 이렇듯 귀한 수산물이다 보니 가정에서는 주로 `죽'을 만들어서 먹어왔다. 그런 전복이 대규모 양식에 성공하면서 회, 구이, 찜 요리뿐 아니라 가장 대중적인 음식인 라면에까지 넣어 먹을 정도가 되었다.

전복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몸통은 회나 고급요리를 만들고, 내장은 죽을 만들고, 껍데기는 자개를 만든다. 색이 예쁜 전복이나 조개껍데기를 골라 울퉁불퉁한 면과 안쪽의 면을 말끔하게 다듬어서 껍데기의 두께가 0.5㎜가 되면 물에 불린 다음 뜨거운 인두로 다려서 가공된 껍데기를 최대한 판판하게 편다. 이렇게 편 껍데기를 나전이라고 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자개라고 하는 고유어를 사용한다.

원하는 문양 혹은 무늬를 도안한 후 자개에 붙이고 오려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 줄음질 기법이고, 원하는 넓이로 실처럼 잘라서 사용하는 끊음질 기법이 있다. 그리고 줄음질이나 끊음줄을 하고 난 자투리 자개를 잘게 쪼개어 크기별로 구분하여 그라데이션 효과를 내는 할패기법이 있다. 자율 연수 시간에 할패 기법을 이용하여 펜던트와 거울, 보석함 등 액세서리를 만들어 보았다.

아교나 본드를 바르고 요지에 침을 묻혀 작은 자개 조각을 집어다 놓는 방식으로 무늬를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 세상 쉬운 일이 없다지만 먼지처럼 작은 조각을 하나하나 붙이는 일은 `이태리 장인이 한 땀 한 땀 기워서 만든 옷'이라고 자랑하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백만장자 백화점 사장 김주원(현빈 배역)의 고가 옷처럼 여간 정성과 공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자개를 붙이는 것이 끝이 아니고 사포질을 하고 투명 니스도 여러 번 발라야 한다.

빈 공백에 작은 자개들이 살포시 내려앉으며 스토리를 만들고 그림을 만들며 전복은 저마다 또 다른 생을 얻었다. 꽃이 되기도 하고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듯 춤을 추기도 한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이 되기도 하고 고향인 바닷속을 만들기도 하였다.

살아서는 살신성인하여 누군가의 몸보신으로 살이 되고, 죽어서는 패각으로 아름다운 예술로 다시 태어나는 전복. 전복이야말로 불로장생의 표본이며 완전한 생을 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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