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자로 가는 자전거
팔자로 가는 자전거
  • 김경수 시조시인
  • 승인 2019.07.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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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경수 시조시인
김경수 시조시인

 

불현듯 그날이 떠올랐다. 그것은 다름 아닌 차로 인해 생긴 사고였다. 그 바람에 자전거 앞바퀴가 일그러지고 말았다. 승윤은 당장 자전거 수리점을 찾아야 했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를 본지도 꽤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그를 잡철아재라고 불렀다. 그를 그렇게 부르는 연유는 그의 자전거포에는 몇 대의 자전거만 있고 남루한 고물상처럼 온갖 잡철들과 고철들뿐이었다. 그렇다고 함부로 그를 여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전엔 차가 드물고 자전거가 차를 대신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전거포는 많은 이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어깨너머로 배운 어설픈 용접기술 하나를 더 갖고 있었다. 그 시절 그의 생각으로는 스스로 대단한 기술자라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닌게아니라 쇠로 만드는 물건은 못 만드는 것이 없었고 굴러가는 물건은 못 고치는 것이 없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크고 작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그에게 달려갔다. 그를 찾아가면서 잠시 옛 생각이 스쳐갔다. 그리고 곧바로 그를 보았다. 자전거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었다. 그는 자전거를 보더니 조금 있다 찾으러 오라고 했다. 새 휠을 마련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얼마나 열악하고 영세한지 알 것 같았다. 운전자는 수리비를 치르고 그 자리를 바로 떠났다. 얼마 지나 자전거가 수리되어 있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체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러던 어느 날 자전거 앞바퀴가 팔자를 그리며 굴러가는 것이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승윤은 큰 매장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직원은 고장이 난 것이 아니라 새 휠과 헌 타이어가 서로 사이즈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직원은 아직도 옛것과 지금의 것이 다르다는 것도 구별 못 하는 사람에 대하여 어이가 없는 듯하였다. 승윤은 그 말을 듣고 난 후 당장 달려가 따지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만 어색하고 촌스러운 일일지도 몰랐다. 그의 생각은 휠이 찌그러졌으니까 단순히 휠만 교체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예전엔 그렇게 해도 아무렇지 않게 모두 묻어가곤 하였다. 정말 서로 맞지 않은 사이즈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알고도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구나 돈도 이미 받은 터이라 어찌 보면 모든 것이 끝난 뒤였다. 하지만 얼렁뚱땅 주먹구구식으로 구겨 넣듯이 굴러만 가면 된다는 생각은 왠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쇠락해진 자전거 매장의 궁상맞은 얼굴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천직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이에게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에 대해서 그의 앞날에 생존의 위기감마저 느껴지는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는 일이 안타까웠다.

일자리의 정체성은 생존의 여부로 이어진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천직이란 이름이 적자생존으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 또한 이 시대가 그들의 시대가 인식했던 가치관을 용납할 수 있을까? 이제는 낡아버린 기술 능력으로 갈수록 현실로부터 외면당하며 쇠락해져 가는 일자리의 존재가치를 무엇으로 대변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천직이라는 일자리의 존재가 무한한 생존으로 이어지길 바라지만 시대가 새로워지면 그 또한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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