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공간이 장소로 변하기까지
미술관 공간이 장소로 변하기까지
  •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 승인 2019.07.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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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티안 라폼므현대미술관 미디어아트작가

 

공간이 장소로 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그건 물리적인 시간의 개념보다 개인의 체험적 문제인 것 같다. 어떤 공간에 개개인의 추억이 하나씩 쌓아 올려지고 그렇게 모인 개인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 장소가 되고 그 장소에 개인의 추억이 모여 역사가 된다. 그래서 추억을 담기에 장소라는 것은 특별하다. 더군다나 그 장소에 음악이나 그림이 있다면 더 특별할 것이다.

최근까지도 도시마다 핫플레이스라고 뜨는 동네가 생기고 있다. 왜 성수동, 운리단길, 경리단길인가?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과연 어떤 기억과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수많은 사람의 다양한 기억이 하나하나 쌓여 이야기가 되고 시간이 만들어낸 공간의 이미지라는 것은 단순히 옛 건물이나 도로, 거리가 아니다. 과거 어느 시점에 그곳에서 생활을 하던 많은 젊은이는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찾는 그 공간에 새로운 감각을 입히고 스토리를 만들어 내면서 예전의 공간은 새로운 장소로 재탄생된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오늘의 경험을 기억하게 하고 각각의 기억을 다시 쌓는 중이다.

또다시 사람들의 수많은 기억이 쌓이고 나면 그 공간을 찾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마셨던 커피와 과자, 들었던 음악, 보았던 그림, 같이 간 연인, 누군가와 함께한 경험을 나누고 기억하고 새롭게 장소를 구축한다.

예전에 다녀간 그곳과 지금의 그곳은 추억과 기억 그리고 시간이 누적되면서 생명을 가진다. 청주에 사는 사람들도 이정골이라는 장소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특히 이정골에 있는 미술관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이정골 라폼므현대미술관이란 장소에 있다 보면 아침마다 꼬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매일 들려온다. 매일 순례처럼 찾아오는 이웃에 있는 어린이집 아이들, 이정골 마을이라는 장소를 탐방하는 시간인데 미술관 테라스에서 바로 본 아이들의 모습이 작품이다.

햇살을 피해 아이스 커피를 마시며 아이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이 꼬마 어린이들은 2년 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미술관으로 들어와 전시 작품 감상과 예술체험을 하고 있다.

2년 전 5세 아이들은 이제 7세가 되었다. 처음 미술관에 들어올 때의 그 낯설어함은 사라지고 몇몇 아이들은 전시된 작품을 직접 구입하겠다며 자기가 클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한다. 이 아이들에게 미술관이란 공간은 어린이집을 다니던 어린 시절 매일 걷던 이정골 마을과 그곳 미술관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기억과 추억이 쌓인 특별한 장소가 될 것이고 어른이 되어 즐겁게 펼쳐볼 삶의 한 장면이 될 것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란 공간에 1년간 단 1회라도 찾은 국민은 2018년 기준으로 100명 가운데 16.5명이라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가 지난달 있었다.

공간은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있다. 꼬마 어린이들이 생활처럼 찾아온 미술관이란 공간이 아이들의 인식공간의 확장과 함께 특별함이 없던 공간이 특별한 세상이 되는 순간이다. 지금의 순간이 역사 수준으로 인정받지는 못하지만, 역사에 누락된 요소를 담아서 기억과 추억의 장소로 사용되며 어느 날엔가 이 기억이 모여 자그마한 역사의 장소로 승화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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