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멋 3
인생의 멋 3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19.07.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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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돈과 명예에 연연하지 않는 삶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고래로 적지 않은 인물들이 그러한 삶을 추구한 적이 있고 실제로 그것을 구현한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보통은 돈과 명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옛사람들의 음주는 가끔 탈속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백도 그러한 생각을 지닌 위인이었다. 건강을 위해 절제하는 음주가 아니라 탈속을 위해 통음하는 것이 그의 음주관이다.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을 마셔야 한다고 한 것은 그의 음주관을 반영한 것이다.

장진주(將進酒)3

會須一飮三百杯(회수일음삼백배) 모름지기 한 번 마시면 삼백 잔은 마셔야
하리라

岑夫子,丹丘生(잠부자,단구생) 잠부자, 단구생이여

將進酒,君莫停(장진주,군막정) 술을 올리려 하니, 그대들은 거절하지 말게나

與君歌一曲(여군가일곡) 내 그대들에게 노래 한 곡 불러주려 하거니

請君爲我側耳聽(청군위아측이청) 그대들 나 위해 귀 좀 기울여 주게나

鐘鼓饌玉不足貴(종고찬옥부족귀) 음악과 귀한 안주 아끼지 말고

但愿長醉不愿醒(단원장취부원성) 부디 오래 취하여, 제발 깨지 말았으면
좋겠네

古來聖賢皆寂寞(고내성현개적막) 옛날의 성현 군자들은 다 잊혀지고

惟有飮者留其名(유유음자류기명) 술꾼만 이름을 남겼다네


시인은 친구들을 불러 술 잔치를 벌인다. 그 목적은 돈과 명예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술은 마시면 완전히 취할 때까지 마신다. 그리고 늘 취해 있는 상태를 추구한다. 이는 단순한 술꾼의 행태와는 완전히 다르다. 친구들에게도 취하기를 권하는 것은 음주만이 돈과 명예를 초탈하는 방법임을 알기 때문이다.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노래를 부르는 것은 언뜻 평범한 음주 문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여흥을 즐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욕망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훌륭한 음악과 진기한 음식은 속인의 시각으로는 귀중하겠지만, 시인에게는 귀중하기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시인의 생각으로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훌륭하거나 값 비싼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세속적 욕망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고 그 유효한 수단은 음주이다.

세속적 시각에서 선망의 대상인 성현(聖賢)조차도 죽고 나면 곧 잊혀지고 만다. 후대에까지 이름이 남는 것은 술 마시며 생을 보낸 사람이다. 세속적으로 가장 큰 가치보다 세속적 가치에서 초탈하는 것이 비할 수 없이 가치 있는 일이고, 그 수단이 바로 음주이니, 어찌 음주를 추구하지 않겠는가?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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