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충복만을 국회로
국민의 충복만을 국회로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19.06.20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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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 論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지적인 게임 중 하나가 바로 바둑이다. 바둑은 수천 년을 전해오면서 무수한 대국이 치러졌지만, 단 한판도 동일한 대국이 없다. 우리의 살아 숨 쉬며 천변만화하는 삶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삶이 동일한 일상의 반복인 듯하지만, 보이지 않는 이면에 끊임없는 희로애락이 넘실대듯이, 바둑도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정적인 모습과 달리 반상 곳곳에 깊고 심오한 수가 살아서 꿈틀대고 있다.

이처럼 바둑이란 우주의 섭리를 깨달아가는 우리의 인생 노정과 마찬가지로, `나아갈 때 나아가고 물러설 때 물러서는'음양(陰陽)의 조화를 깨닫는 과정이자 고도의 정신 수행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바둑에 온전히 집중하고 제대로 판세를 읽어서 돌 하나하나를 잘 놓을 줄 안다면, 인생길에서도 매 순간 자신을 알고 처한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바른길로 나갈 수 있음은 당연하다. 결국, 바둑의 궁극은 사서의 하나인 대학의 가르침처럼, `物有本末(물유본말) 事有終始(사유종시) 知先後(지소선후) 則近道矣(즉근도의)'즉, 세상의 만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세상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세상 모든 일의 선후를 알아 도(道)에 가까워지는 것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지난 2016년 바둑 황제 조훈현 9단을 제20대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임명했고, 깨어 있는 국민은 바둑을 통해 나아가고 물러섬을 온몸으로 터득한 승부사의 동물적 감각이, 당리당략 등의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에 새 바람을 불러 일으켜 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국회는 이미 썩을 때로 썩어서, 조 9단의 등판으로도 어쩔 수 없는 고사 직전의 처치 곤란한 괴물일 뿐임이 판명났다. 총선 10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일찌감치 국회의원직에 미련을 떨친 조 9단은 모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둑에서는 상대가 좋은 수를 두면 그걸 받아들인다. 그렇게 자신을 발전시킨다. 그런데 여기는 상대가 한 것은 무조건 반대하거나 바꾸려고만 한다. 그러니 제대로 된 승부가 안 되고 이상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 9단의 이 한마디만으로도, 당리당략은 물론이고 개인의 이해득실을 떠난 지공무사한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입법을 담당해야 할 국회가 얼마나 썩어 있고, 개인의 출세 및 영달 위주의 파렴치한 소인배들의 집합체인지 여실히 입증된다. 조 9단은 또 “나는 어느 그룹에도 속한 적이 없었다. 새누리당이 쪼개질 때 세미나에 참여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갔더니 나를 `비박'이라고 분류하고, 또 어떤 모임을 갔더니 `친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자신들의 동료 의원인 조 9단의 정체성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대한민국의 법을 만드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 9단은 또 카메라 앞에선 서로 적대시하던 사람들이 카메라만 빠지면 `이제 회의를 시작하자'고 하더라며, 유권자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뻔뻔스런 보여 주기 식의 이중성을 폭로했다.

국회의원들 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권력에 눈먼 소인배들이 세 치 혀로 일으키는 바람에 흔들려, 그들을 국회로 입성시킨 우리들 자신이 먼저 처절하게 반성하는 일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10개월 후 대선에서는 차기 공천 등에 눈먼 채, 당리당략에 휩쓸리며 국민이 아니라 자당의 입장만을 대변하는 소인배들을 모조리 청산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 이외의 그 어떤 권력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임금님은 벌거숭이'라고 진실을 외칠 수 있는, 국민의 충복을 국회로 보내야 한다. 자신의 당이 주장하는 바도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다고 판단되면 반대하고, 타당의 주장도 대한민국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적극 찬성하는 깨어 있는 정치 엘리트를 국회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비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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