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열매 먹을 수 있을까
감자열매 먹을 수 있을까
  • 우래제 전 중등교사
  • 승인 2019.06.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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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들려주는 과학이야기
우래제 전 중등교사
우래제 전 중등교사

 

시골 일을 마치고 피반령 고갯길을 넘는데 어느 후배 교사로부터 전화가 온다. `감자도 꽃이 펴요?', `열매도 달려요?', `그 열매로 번식해도 되나요?', `그 열매 먹을 수 있나요?'궁금한 것도 많다. 평소 무심코 넘겼던 것들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감자는 삼천 년 전부터 남미 안데스 산맥의 원주민들이 재배해오던 작물이다. 콜럼버스에 의해 아메리카 신항로 개척 이후 담배와 함께 유럽으로 퍼져 나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청나라를 통해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궁금한 것들 하나씩 알아보자.

감자는 가지과 식물로 꽃이 핀다. 자주 꽃 핀 건/ 자주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감자 //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 (권태응의 감자꽃). 시인은 감자꽃이 흰색과 자주색으로 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꽃이 피는 목적은 씨앗을 맺기 위해서이다. 감자도 꽃이 피었으니 열매도 맺는다. 그 열매는 같은 가지과인 토마토 열매와 똑같다. 다만 토마토와 달리 붉어지지 않고 녹색을 띠고 있다. 속의 씨앗을 빼내면 꽈리와 비슷해 감자 꽈리라고도 한다.

꽃 피고 열매를 맺고 씨앗이 있으니 번식 기능이 있다. 꽃이 피어 가루받이(수분)를 통해 열매를 맺고 씨를 만드는 방법은 보통 식물의 번식 방법인 유성 생식이다. 감자도 유성생식으로 번식할 수 있으나 사람들은 덩이줄기로 가는 영양이 많도록 꽃을 따버린다. 그러기에 감자의 열매를 자주 접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보통 감자는 덩이줄기를 몇 개로 잘라 심어 번식시킨다. 나뭇잎이 떨어진 자리에 눈이 남듯이 감자도 줄기라 몇 개의 눈이 달렸다. 그 눈이 하나 둘 달려 있도록 몇 개로 나눠 번식시키는 것이다. 나무의 꺾꽂이와 같은 일종의 무성생식 방법인 것이다. 감자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두 가지 방법으로 번식이 가능하다. 농민들은 유성생식으로 번식시킨다면 경제성이 떨어져 무성생식 즉 덩이줄기를 잘라 심는다.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 감자열매 즉 감자 꽈리. 먹을 수 있을까? 가지과 식물은 대부분 솔라닌이라는 독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먹는 부위는 독성이 없거나 적은 부위를 먹는다. 토마토와 가지는 열매에 독이 없고 감자에는 덩이줄기에 독이 적기에 먹을 수 있다. 햇빛을 받아 녹색을 띤 감자나 싹이 나기 시작했을 때 싹이 난 부분은 독성이 많기에 먹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감자의 열매도 먹을 수 없는 부분이다.

보릿고개 남아있던 시절. 별빛이 쏟아지는 한여름 밤. 멍석 깐 마당에서 빙 둘러앉아 찐 감자와 옥수수 먹는 날. 어쩌면 꽤나 낭만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내겐 고역인 날이다. 배고픈데 아무것이나 먹어 배부르면 그만이라지만 난 그렇지 않았다. 보리밥이라도 한 숟가락 먹고 싶었지만 밥 한 톨 남아 있는 게 없었다. 어쩌랴 먹어야 사는 것을. 그나마 사카린이나 당원이 들어간 감자는 좀 낫다. 가마솥에 약간 눌은 것은 과자 같기도 하고 사카린 덕에 달달하기도 해서. 이제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먹던 것들이 그리워진다. 세 살 입맛 여든까지 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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