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누이야
어린 누이야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9.05.29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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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의 시 읽는 세상

 

오 장 환

어찌 기쁨 속에만 열매가 지겠느냐.
아름다이 피었던 꽃이여! 지거라.
보드라운 꽃잎알이여!
흩날리거라.
무더운 여름의 우박이여!
오 젊음에 시련을 던지는
모든 것이여!

나무 그늘에 한철 매암이
슬피 울고
울다 허울을 벗더라도
나는 간직하리라.
소중한 것의 괴로움,
기다리는 마음은
절망의 어느 시절보다도
안타까워라.

오 나는 간직하리라.

#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온몸으로 통과한 오장환 시인의 시입니다. 시대적 상황 때문일까요, `어찌 기쁨 속에만 열매가 지겠느냐'는 첫 문장부터 저릿합니다. 화려한 꽃이 남긴 열매지만 결코 기쁨 속에서만 결실이 맺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꽃이 지고, 흩날리고, 여름과 우박의 시련도 견뎌내고서야 찾아오는 것이기에 긴 기다림은 절망을 동반합니다. 삶이란 그런 것이라고, 어린 누이에게 건네는 시인의 말이 위로가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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